왕멍은 신시기의 처음 10년 동안 중국 소설이 구태를 벗어나 세계 문학의 수준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이다. 앞서 지난해 국내에 번역 발표됐던 장편 『변신 인형』(2004·2005년 서울대가 선정한 ‘대학생이 읽어야 할 책 100선’에 선정)은 중국 소설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음을 인상 깊게 보여준 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화려한 공직 생활과 오랜 정치적 망명이라는 극단의 영욕이 말해주듯, 왕멍은 다른 어떤 중국 작가보다도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새로운 공화국의 역사와 공동 운명의 길을 걸어왔다. 왕멍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만큼 중국 현대사의 한 상징이다. 우리가 그의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굴곡진 역사 속에 문학이 설 수 있는 자리, 문학만이 발언할 수 있는 형태의 것을 왕멍은 그의 작품들로 대변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견고한 죽」(1989), 「밤의 눈」(1979), 「나비」(1980)는 개혁 개방 이후 1980년대 중국을 다룬 왕멍의 대표작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은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뒤 격변과 혼돈,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중국 지식인의 기대와 흥분 등을 여실히 재현해놓고 있는데, 그 주제 의식은 물론이요, 형식(서구 모더니즘의 ‘의식의 흐름’ 수법을 연상케 하는 시공의 비약과 치밀한 내면 묘사, 그리고 직접·간접·직간접 화법의 동시 구사 등의 서사적 실험)면에서도 왕멍 문학의 개성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중·단편들이다. 왕멍 자신이 사상 및 노동 개조를 요구받은 16년간의 신장 생활을 마감하고 베이징으로 입성 직후에 차례로 발표한 이 세 작품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정치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복권되어 당 관료와 작가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시기에 씌어진 것들이다.
1934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중국 문화부 부장, 작가협회 명예회장을 역임했다. 제9회 마오둔(茅盾) 문학상, 이탈리아 몬델로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러시아과학원 극동연구소 및 마카오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요르단 작가협회 명예회원 직함도 갖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조직부에 새로 온 젊은이』(1956), 『청춘만세』 (1957), 『'볼셰비키의 경례』 (1979), 『'나비』 (1980), 『봄의 소리』 (1980), 『변신인형』 (1986), 『'연애의 계절』 (1993), 『'실태의 계절』 (1994), 『암살-3322』 (199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