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떠도는 그림자들>로 출간 즉시 2002년 콩쿠르 상을 받은 파스칼 키냐르는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이번에 출간된 <로마의 테라스>는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배경으로 판화가 몸므의 삶과 17세기 유명 예술가 혹은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여, 실재와 허구를 뒤섞으면서 회고담 형식으로 한 예술가의 일생을 재구성한 작품. 총 47장으로 구성된 길고 짧은 장들은 서간, 콩트, 묘사, 대화, 아포리즘 등이 모자이크처럼 짜맞춰져 독특한 한편의 소설을 이루고 있다.
판화가 몸므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판사의 딸 '나니'와 밀애를 즐기다가,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약혼자가 부은 질산으로 온 얼굴에 화상을 입는다. 그 길로 여자에게 버림받고 유명한 판화가 밑에서 독특한 기법들을 익히며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신세로 전락한다. 소설은 빠르고 감미로운 필체로 일찌감치 몸므와 나니의 꿈같은 사랑을 마무리하고, 흉칙한 얼굴을 모자에 감추고 다니며 자신의 잃어버린 사랑을 판화 속에 대신 불어넣는 몸므의 작품을 메인으로 끌어들인다. 聖과 俗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묘한 상징과 공기와 빛과 은유가 가득한 풍경화. 음산하면서도 몽환적인 그의 작품들은 17세기 전형적인 판화의 양식과 기법, 판화가들에 대한 지식이 묘하게 뒤섞여 만만찮은 지적 긴장감을 준다. 여기에 몸므가 다시는 사랑할 수 없는(그에게 두번째란 없다) 두번째 여인 마리 에델과 젊은 시절 그를 빼어닮은 청년 방라크르의 습격, 그리고 에로 연작 판화에 얽힌 짤막한 일화 등이 삽입되면서 예술과 삶과 사랑에 대한 아포리즘이 한 장씩, 일련의 연작처럼 펼쳐진다.
Contents
1. 로마의 테라스
2. 옮긴이의 말
3. 작가 연보
4. 작품 연보
Author
파스칼 키냐르,송의경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베레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 태어나, 1969년에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를 출간하였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폐증과 68혁명의 열기, 실존주의, 구조주의의 물결 속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고 20여 년 가까이 계속된 갈리마르 출판사와의 인연 등이 그의 작품 곳곳 독특하고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18개월 동안 죽음에 가까운 병마와 싸우면서 저술한 『떠도는 그림자들』로 2002년 콩쿠르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의 저서로는 『세상의 모든 아침』등이 있다.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베레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 태어나, 1969년에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를 출간하였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폐증과 68혁명의 열기, 실존주의, 구조주의의 물결 속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고 20여 년 가까이 계속된 갈리마르 출판사와의 인연 등이 그의 작품 곳곳 독특하고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18개월 동안 죽음에 가까운 병마와 싸우면서 저술한 『떠도는 그림자들』로 2002년 콩쿠르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의 저서로는 『세상의 모든 아침』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