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책의 도입부에서 미술의 기원과 원근법의 탄생을 과학과의 상관성과 연결 지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한때 자연철학에 속해 있었다. 기하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중세에 잠시 중단되었던 학문적 연구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부흥을 맞았다. 인간의 합리적인 추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하학이 환영받은 것이다. 공간의 학문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는 기하학이 발달하면서 점성술은 천문학으로, 천동설은 지동설로 대체됐다. 소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었다.
과학에 관해 새로운 탐구가 이루어질 때면 탐구 그 자체보다는 논거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욱 험난했다. 작가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기여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안내하며 한 시대를 지배했던 과거의 이론(천동설, 점성술, 연금술 등) 역시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패러다임이 전환되려면 반드시 누군가가 연구한 이전의 패러다임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 역시 수학적 비례를 바탕으로 사실적 묘사를 중시하던 풍조에서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요소들을 조명하는 것으로 범주를 넓혀갔다. 작가는 이처럼 변화를 이루어 온 과학사를 시대순으로 서술하면서 일맥상통한 흐름 속에 있었던 미술 작품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과학과 미술 두 분야 모두 자명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학문과 사실의 발견은 가치중립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국 모든 분야에는 인간의 가치관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세계 각국의 철도, 댐 건설 등에 사용하고자 개발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는 전쟁에도 활용되었다. 작가는 이런 역사 속 과학에 기반해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 어렵다고 인식할 만한 과학적 이론을 쉽게 다루고 있고, 이를 미술로 승화한 살바도르 달리 등의 작품을 통해 재앙을 바라보는 인류의 철학관을 함께 녹여냈다. 그뿐 아니라 먹이사슬 맨 위에 선 포식자이자 여섯 번째 대멸종을 주도하고 있는 인류의 향후 과제를 개괄적으로 제시했다.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들은 어느새 과학과 미술에 관한 지평이 넓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인류와 미래에 대해 고찰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들어가는 말
회화의 기원과 기하학
01 회화의 기원 나르키소스
02 비례, 다빈치와 피타고라스
03 기하학이자 철학, 원근법의 탄생
04 르네 마그리트와 비유클리드 기하학
05 메디치 가문과 자연철학의 부활
06 베네치아 미술과 노름꾼들의 수학
예술과 과학의 유용성
07 예술과 과학에서 쓸모란?
08 신탁과 점성술 그리고 천문학
09 〈브레다 성의 함락〉과 메르카토르 도법
10 비잔틴 제국의 멸망과 코페르니쿠스의 등장
11 티치아노와 인연, 칼카르와 베살리우스
패러다임의 변화, 그 지난한 과정
12 고흐와 브루노의 강렬한 삶
13 “별들에게 물어봐” 튀코 브라헤와 허블
14 렘브란트의 원, 케플러의 타원
15 브뤼헐의 철학, 갈릴레이의 종교
24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맥스웰 방정식
25 색채에 대한 회의, 괴테와 터너
26 에곤 실레와 제멜바이스의 불행
27 〈가죽을 벗긴 소〉와 파스퇴르
28 흑사병과 세균 그리고 바이러스
29 실재와 허상: 클림트의 황금비와 볼츠만의 불행
아인슈타인의 학문 세계
30 모네의 빛과 특수상대성이론
31 에셔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시공간의 상대성’
32 수학의 덕목, 아인슈타인과 힐베르트
새로운 차원의 과학, 양자역학
33 차원을 달리한 피카소와 양자역학
34 발라의 닥스훈트, 슈뢰딩거의 고양이
35 대가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논쟁
36 잭슨 폴록의 프랙털과 만물 이론
37 “넌 과학이 재미있니?” 고갱과 힉스입자
인간―지구―우주의 하모니
38 ‘창백하고 푸른 점’ 지구의 나이와 호기심
39 칸딘스키와 아인슈타인의 실수, 그 결과는?
40 사실과 믿음 사이, 〈천문학자〉와 사제 르메트르
41 기요맹의 복권과 우주배경복사
42 보스의 상상과 초기 우주 38만 년까지
43 생명의 기원과 메리안의 곤충 도감
44 요제프 보이스와 토끼 그리고 DNA
45 패러다임의 전환, 뒤샹과 찰스 다윈
46 지난함: 예술에서는 창조로, 과학에서는 사실로
과학과 윤리, 다시 철학으로
47 ‘카르페 디엠’과 DNA 이중나선 구조
48 〈베르툼누스〉와 속씨식물의 유혹
49 먹이사슬 위에서 비로소 고민하는 사피엔스
50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과학 윤리의 탄생
51 제1차 세계대전과 윤리의 확장
52 핵, 예술가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Author
노인영
교육학과 행정학을 전공하고 30여 년을 공직에만 몸담은 그는 정년퇴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마음 속으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후진들이 살아가는 세상 일에 간섭하는 대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진이 되자고. 작가는 오늘날 과학과 미술을 향한 대중적 관심이 개인의 삶과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이에 기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란다.
교육학과 행정학을 전공하고 30여 년을 공직에만 몸담은 그는 정년퇴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마음 속으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후진들이 살아가는 세상 일에 간섭하는 대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진이 되자고. 작가는 오늘날 과학과 미술을 향한 대중적 관심이 개인의 삶과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이에 기여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