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대한 총괄적 규정이나 해석은 시대에 따라, 유파에 따라 그리고 학자에 따라 참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주역』을 운수나 길흉 따위를 예측하는 점서(占書)라고 하는가 하면, 덕을 완성하기 위한 가르침이라고 하기도 하고, 삶의 세계에서 마땅히 구현해야 할 이치를 설명하는 책이라고도 한다. 위험하고 곤란한 때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읽는 책, 또는 마음을 씻어 내는 책이라고도 하고, 하늘이 부여한, 그래서 바꿀 수 없는 한계로서의 명(命)을 알아내는 책이라고도 한다. 천지가 만물을 생성해 내는 이법을 설명하는 책이라고도 하고,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편으로 그 내용은 화(和)의 역사라고도 하며, 정치 철학으로서 기본적으로 소통을 겨냥한 안정을 도모하는 지혜라고도 한다. 이처럼 『주역』은 그 안에 천지인의 제 요소를 망라한, 모든 것을 다 갖춘 경전이었다.
이 책은 모두 8개의 주제로 되어 있다. 첫 장에서는 『주역』의 본질이 회(悔)와 린(吝), 그리고 무구(無咎)에 있다고 보고, 『주역』에서 이것들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자세히 다룬다. 둘째 장에서는 『주역』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핵심이 계사(繫辭)에 대한 해석이라 보고 그 적용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셋째 장에서는 『주역』의 핵심적 용도는 때를 아는 것이고 또 때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라고 보고, 이것이 『주역』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넷째 장에서는 회(悔)와 린(吝)이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변통’과 ‘개혁’의 개념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다섯째 장에서는 역에서의 공자의 업적, 곧 그의 ‘사문(斯文) 의식’과 ‘찬역(贊易)’을 다루고, 이것이 동아시아에서 기존 문화에 대응하는 기본 자세와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한다. 여섯째 장에서는 사물을 분별하는 문제에 대해 다루는데, 이 분별에서 가장 기초적이며 핵심적인 것은 ‘같음’과 ‘다름’이라고 본다. 일곱째 장에서는 역학사, 또는 『주역』 해석사 정리를 시도하고, 마지막 여덟째 장에서는 조선의 지도자들과 학문적 엘리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주희가 『주역』의 본의를 밝히고자 했던 일의 결과물인 『주역본의』의 의미와 그것에 대한 평가를 다룬다.
II장. 계사의 해석과 적용 _ 69
1. 뜻을 다 전달하지 못하는 말 _ 69
2. 사물의 특징 그리기와 모임과 왕래 살피기 _ 72
3. 헤아리기와 논의하기, 그리고 말뜻 미루어 보기 _ 76
4. 괘 모양에서 직관 얻기 _ 98
5. 말로 마음 알기의 여섯 경우 _ 110
III장. 때 맞추기 _ 121
1. 해의 줄어들고 늘어남과 달의 차고 빔 _ 121
2. 자연의 때에 맞추기 _ 128
3. 끝나면 시작이 있는 세상사 _ 134
4. 하늘에 앞서가기와 뒤따라가기 _ 139
5. 움직임의 미세 단계에서 알아채기 _ 143
IV장. 제도의 변통과 사회 개혁 _ 149
1. 제도의 변통과 고식 _ 149
2. 변역과 통변 _ 154
3. 행위의 변통과 사업 _ 167
4. 태평 시대와 개혁 _ 171
V장. 사문과 문화의 창신 _ 181
1. 공자의 사문(斯文) 의식과 찬역(贊易) _ 181
2. 문화의 창신과 수용 _ 192
3. 기존 문화에 대한 변통 _ 195
4. 내 속에 있는 상대의 정수 - 문화 교류와 수용 _ 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