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만화 컬렉션’의 여덟번째 이야기 『루브르의 유령(Les fantomes du Louvre)』(2012)에서 엔키 빌랄은 자신의 만화를 영화로 연출했던 경험을 살려, 루브르라는 공간이 담고 있는 무궁무진한 영화적 상상력을 깨운다. 루브르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의 무수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으며, 모두 현대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그 시대만의 독특한 삶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는 역사적 사실 속에 상상의 인물과 사건을 교묘하게 끼워 넣음으로써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환상이지만 굉장히 정교하게 구축된 세계는 실재 세계 못지않은 현실성을 띤다.
빌랄은 『루브르의 유령』을 그리기 위해 먼저 루브르에 소장된 작품이나 루브르 박물관을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사진 찍기 시작했다. 이렇게 찍은 사백여 장의 사진 중에서 스물두 장을 골라 캔버스에 인화한 다음, 사진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바탕으로 사진 위에 아크릴이나 파스텔로 유령을 하나씩 그렸다. 그는 이전부터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아주 열정을 보여 왔다. 그래서인지 현대의 가장 뛰어난 사실주의 만화가로도 손꼽히는 엔키 빌랄은 타고난 색채감으로 자신만의 유령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강렬하고 남성적인 질감과 힘이 실린 선과 색채는 따로따로 존재하는 루브르 소장품과 자신이 만들어낸 유령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또 다른 작품을 탄생시켰다.
Contents
예술작품에 깃든 비극적 영혼을 깨우다?역자 해설
역주
스물두 편의 ‘루브르의 유령’ 이야기
알로이시아스 알레브라토스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
안토니오 디 아퀼라 〈리자 제라르디니의 초상화,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의 아내, 일명 모나리자, 라 조콘다 혹은 라 조콘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엔헤두아나 아르위-아 〈함무라비 법전비〉
아르주나 아세가프 〈마르쿠스 섹스투스의 귀환〉 피에르-나르시스 게랭 남작
아날리아 아벨라네다 〈프랑스 왕, 성 루이와 시동〉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일명 엘 그레코
아모제 셉세세트 〈남자의 두상〉
제이나바 붉은 방
마르쿠스 뒤드케 대령 대회랑
랑텔므 푸아슈 〈묘지의 고아 소녀〉 외젠 들라크루아
야코뷔스 그로벤도에커 〈도마질하는 어물전 상인〉 프란스 스니데르스 (기법으로)
헤카베 코린트 양식의 투구
멜랑콜리아 라스니 〈예술가의 초상〉 알브레히트 뒤러
즈보니미르 카라카세빅 〈옷 벗은 볼테르〉 장-바티스트 피갈
라크셰크 〈사람 얼굴을 가진 날개 달린 황소〉
롱기누스 〈죽은 그리스도〉
마르파다 〈말의 머리〉
카이우스 리비우스 막시무스 〈침대〉
벨라 데 몬테팔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앞에 나타난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와 파올로 말라테스타의 유령〉 아리 셰페르
리우비노 누즈리 규방 침실
레고데세베스 쌍둥이 〈델 카르피오 성(城) 백작부인이자 라 솔라나 성 후작부인〉 프란시스코 데 고야 이 루시엔테스
빌럼 툼펠트 〈가죽 벗긴 소〉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두라 지메네즈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녀의 자매 빌라르 공작부인으로 추정되는 초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