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로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무속의례를 지칭하는 것이 가장 오래된 고형이자 원형이 아닌가 싶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하늘에서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태백산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고 인간 360여사를 관장했다 한다. 환웅 자신이 큰무당이자 그가 거느렸던 풍백, 우사, 운사 역시 하늘과 땅 또는 신과 인간의 소통을 도왔던 무격들이었을 것이다.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가면 역시 무속가면shaman mask이 아니었던가 싶다. 잡아먹은 고래며 각종 육상과 수중 동물들을 바위에 새겨 기념비를 만들어두고 정기적으로 그들의 천도를 빌었던 원시적 동물윤리학의 원형을 반구대암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천도굿을 주관한 무당이 썼던 신성한 가면도 함께 새겨두어 항상적 추념追念의 징표로 삼았다. 인간 360여사의 일상도 그렇지만, 죽음과 같은 초월적 경험에 대해서도 종교적 해석과 의식을 통해서 신성화를 시키는 것이 바로 굿의 효용이다. 결핍에 대한 보완과 보충을 희구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보편적인 인지상정이다. 저승혼사굿, 망자혼사굿 등으로 부르는 영혼결혼식 역시 결핍 보충의 한 방법으로 신성의 조력이 필요하다. 일생의례의 하나인 혼례를 거치지 못한 인생은 충족된 삶이 아니다.
우리는 [호남무속총서]를 엮을 계획을 세우면서, 그간의 조사보고서 행태를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학제적 참여의 지평을 열 수 있는 기획의도를 다듬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기획의도가 충분히 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8명의 전공자가 참여하여 각각의 분야에서 조사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 했기 때문에 하나로 묶어내는 작업이 의외로 쉽지 않았다. 굿의 진행에 맞춰 마치 한 전공자가 원고를 기술한 것처럼 8명의 연구자가 모두 참여하여 기술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원칙은 하나였지만, 그 원칙을 실천하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출판사에서도 까다롭게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 호남무속연구팀은 작은 실천을 하였지만, 이러한 작업이 우리에게 한정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간 겪었던 어려움과 노하우를 다른 연구팀이 구성되어 요구하면 언제든 무상으로 제공할 생각이다. 호남의 무속뿐만 아니라 차후에는 영남의 무속, 서울경기의 무속 등 우리와 같은 연구팀이 전국적으로 만들어져 한국의 무속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연구가 우리와 함께 수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