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어 문명이 겪은 변동으로 인해
지금은 잃어버린 언어 풍경과 언어 문명의 흐름을 해석하다”
언어는 당대의 문화와 관습을 담는다. 따라서 옛글을 읽고 옛말을 연구하는 것은 단지 언어를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담고 있었던 시대의 문화와 관습을 읽고 복원하는 일이다. 이 책은 중화라는 문명적인 질서로부터 서서히 탈각하기 시작하였던 조선 후기에서부터 서구의 근대문명을 등에 업고 새로운 질서가 유입되기 시작한 무렵에 벌어진 언어 양상에 관한 여러 가지 균열의 국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언어적 변동이 단지 한자 문명권에서 한글 문명권으로 변화라고 단정 짓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한 감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지 한글이 창제되면서 우리가 한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언어가 표상하는 문명적 개념의 변동이라는 국면이 포함되어 더 복잡한 국면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Contents
책을 내면서
제1장 ‘태평양을 건너온 편지’가 초래한 에크리튀르의 변화
1. 우편의 시대와 소설 「혈의누」의 자리
2. 우체부가 전하여준 ‘태평양을 건너온 편지’
3. 발신자의 필적: 친밀한 편지의 첫 번째 수신자
4. 근대적 글쓰기의 변모와 편지의 두 번째 수신자(들)
5. 근대문명을 견인하는 장치로서의 편지: 육정수의 『송뢰금』과 이해조의 「월하가인」
제2장 문자 주변을 떠도는 소리들
1. 『만세보』의 부속국문 표기가 시각화한 음성적 전통의 문제들
2. 떠돌아 다니는 이름들: 「혈의누」의 고유명 ‘玉蓮’·‘옥연’·‘옥련’
3. 울리지 못하는 이국의 소리와 외부세계의 언어적 형상화
4. 음성과 문자의 표기적 전시장으로서의 『만세보』
5. 조선의 언해적 전통과 ‘한문 훈독’이라는 관념적 허상
6. 낯선 근대적 개념어의 소리적 현전과 계몽의 구도
제3장 연설, 말의 정치성과 계몽하는 주체의 등장
1. 연설의 시대: 매체로서의 ‘연설’과 정치
2. 연설(筵說)과 연설(演說), 상이한 시대적 상징들의 불편한 마주침
3. 대한문 앞에 모인 사람들: 연설 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의 기원
4. 연설과 강연의 영역적 분화와 정치적인 중립 영역이 형성된 계기
5. 연설하는 목소리를 기록하는 속기의 관행과 연설하는 규범의 형성: 안국선의 『연설법방』
6. 계몽하는 연설의 목소리와 소설적 서사화
제4장 강연, 지식을 매개하는 소리와 불온한 지식의 탄생
1. 연설에서 강연으로
2. 격동하는 강연의 목소리와 제도화된 지식의 공리계
3. 집회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의 확립과 연설/강연 사이의 담론적 분화
4. 대중지식매체로서 ‘강연회’의 면면과 그 확장
5. 일제의 강연회 취체 양상과 ‘불온한 지식’의 탄생
제5장 출판법의 제정과 출판검열의 법-문자적 기원
1. 통제의 연속성과 비연속성: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적 제도
2. 대한제국시대에 제정된 통제적 법률이 갖고 있는 법-문자적 의미
3. 고등경찰제도의 설치와 출판법 제정의 담론적 배경
4. 대한제국 법률 출판법의 제정과 ‘문자의 위기’: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을 둘러싼 법적 규제의 욕망들
5. 대한제국 출판법 제정의 특수성과 통제적 국면의 확립 양상
제6장 신문매체의 변모와 소리의 재구성: 『매일신보』의 경우
1. 『매일신보』의 매체 변화에 담긴 의미
2. 1912년 『매일신보』의 신문 쇄신안과 신문 지면의 언어적 분화
3. 글쓰기적 재현이라는 감각 차원의 도입과 ‘사실’들의 역동화
4. 신문 글쓰기와 소설 글쓰기 사이의 영역적 대립 : 작가 이해조의 경우
5. ‘사실성’이라는 관념과 ‘소설적 실감’이라는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