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일은 뭐든 손에 닿으면 척척 해내는 옥희 할머니는 농사일은 물론이고 음식 솜씨 또한 예술입니다. 어린 쑥은 쑥버무리, 봄동은 겉절이, 상추가 훌쩍 자라면 상추 겉절이에 돼지 상추쌈, 부추는 무쳐 먹고 부쳐 먹고, 아삭아삭 오이로는 오이 냉국, 오이 무침…….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이, 그날그날 밭에서 거두는 작물로 시나브로 군침 도는 한 상을 뚝딱 만들어 내지요. 옥희 할머니의 최애 의상은 계절마다 바뀌는 색색 가지 꽃무늬 몸뻬 바지인데, 이 의상 컬렉션이 또 볼 만합니다.
할머니 말이라면 묵묵히 들어주는 영배 할아버지는 읍내 멋쟁이예요. 항상 허리춤에 라디오를 차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해서, 사람들은 할아버지네 농사일이 그냥저냥 할 만한가 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농사일이란 게 어디 그런가요?
이 노부부가 사는 낙 중 하나는 얼마 전에 데려온 강아지 동구를 때마다 거둬 먹이고 재롱 보는 것이었어요. 눈도 못 뜬 새끼를 데려왔는데, 어느새 연애에 성공해 자식도 여럿 낳고 아빠 노릇도 하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식구 느는 재미를 톡톡히 알게 해 주는 귀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농부 달력』은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 다큐멘터리입니다. 씨앗의 성장과 절기별 날씨 변화를 넘어선 므흣한 사람살이가 빼곡히 들어 있어, 영상이 전달할 수 없는 행간의 미학을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Author
김선진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시절과 그들이 머물던 공간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깁니다. 비 온 후 짙은 풀 냄새와 햇볕에 빳빳하게 마른 빨래 냄새를 좋아하고, 강아지 정수리 냄새와 작은 발 냄새를 맡으며 마음의 평온을 얻습니다. 그림책 《나의 작은 집》 《농부 달력》을 쓰고 그렸으며, 《루루야 내 동생이 되어 줄래?》 《엄마는 좋다》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시절과 그들이 머물던 공간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깁니다. 비 온 후 짙은 풀 냄새와 햇볕에 빳빳하게 마른 빨래 냄새를 좋아하고, 강아지 정수리 냄새와 작은 발 냄새를 맡으며 마음의 평온을 얻습니다. 그림책 《나의 작은 집》 《농부 달력》을 쓰고 그렸으며, 《루루야 내 동생이 되어 줄래?》 《엄마는 좋다》 《우리 용호동에서 만나》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