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괴물을 무서워한다. 실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빌리도 마찬가지다. 침대 밑에 괴물이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두려움에 떤다. 그러나 엄마는 다르다. 괴물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지 아이의 엉뚱한 상상력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이렇듯 이 이야기의 전반부는 괴물을 두고 두려움에 떠는 아이와 느긋한 엄마의 모습이 계속된다. 그러나 쥐가 등장한 이후 모든 상황은 반전된다. 엄마는 어쩔 줄 몰라하고, 아이는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느긋해진다. 엄마에게 쥐는 끔찍하고 징그러운 대상이지만, 아이에게는 가서 쓰다듬어 줄 수도 있는 대상인 것이다. 괴물의 존재가 드러나는 절정을 경계로 아이와 엄마의 입장이 백팔십 도 반전되는 상황이 책 읽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해 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