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살던 전국시대는 약한 이의 고기를 강한 이가 먹던 때였다. 신하가 왕을 죽이고,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며, 백성들은 이를 갈며 세상과 함께 멸망하기를 바랐다. 강대국 진은 법가의 상앙(商?)을 등용하여 부국강병을, 초와 위는 오기(吳起)를 등용하여 약한 나라를 침공하였고, 제는 병법가 손빈(孫?)을 중용하여 제후들을 입조시켰다.
이러한 혼란기에 맹자는 의연히 어짊과 의로움만을 이야기하며 난세를 주유하였다. 사마천은 『맹자』를 읽을 때마다 공감하며 책을 덮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쓰고 있다. 가는 곳마다 의연히 옳고 그름을 논하였기 때문에 당대의 제후들은 그를 비현실적이라 여겼다. 하지만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으며 백성은 귀중하고 임금은 가벼운 것이라는 그의 굳은 신념과 담대한 사상은 이후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지적 전통으로 자리잡게 된다. 조기, 한유, 주희, 육구연, 왕양명, 황종희 등 중국 역사의 쟁쟁한 학자들은 모두 심혈을 기울여 『맹자』를 읽고 이를 자신의 사상으로 녹여내게 된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의 고전 시리즈 “SNUPRESS 동서양의 고전” 스무 번째 책 『맹자』는 중국 고전 번역의 최고 권위자인 김학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맹자』를 번역한 책이다. 심삼경주소본과 집주본을 비교하여 꼼꼼하게 원문을 구성하고, 『맹자』 특유의 단호함과 아름다움을 살려낸 번역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글세대를 위해 모호한 한자어를 남기지 않고 모두 우리말로 풀어썼으며, 적절하고 쉬운 해설을 곁들여 한문을 잘 모르는 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원문 대역으로 번역의 쟁점이 되는 부분과 어려운 한자어 등은 주석에 설명하고 있어 한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