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친구 할래?》는 글이 거의 없어요. 독자가 스스로 에릭 칼의 그림에 맞추어 이야기를 꾸며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요. 에릭 칼은 글이 거의 없는 작품이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읽어 나가게 하고, 책장을 넘기는 방향을 자연스레 익히도록 그림을 정교하게 배치했어요. 책 읽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 읽기의 기초 기술을 가르쳐 주는 셈이지요.
작은 생쥐가 꼬리만 보이는 누군가를 향해 “나랑 친구 할래?” 하고 말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보며 꼬리를 보고 과연 어떤 친구인지 상상해 볼 수 있지요. 그런 다음 책장을 넘기면 꼬리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말, 악어, 사자, 하마, 원숭이, 공작새, 기린 등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나지요.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계속해서 어떤 기다란 꼬리가 계속 꿈틀거립니다. 그 존재는 마지막에 가서야 정체를 드러내지요. 한편 마침내 잘 어울리는 친구를 찾은 생쥐는 구멍에 숨어 그 존재의 등장을 지켜봅니다.
에릭 칼의 아름답고 화려한 색체의 그림,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줄거리,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성, 잘 짜인 편집 등 이 작품은 여러모로 완벽에 가까운 그림책이에요. 더욱이 뛰어난 디자인 감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에릭 칼은 이 작품으로 1972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그래픽 상을 수상한 바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