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일기조차도 써보지 못한 제가 글을 씁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바로 루게릭병으로 절망하고 계실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에게 저의 루게릭병 진행과정과 치유과정을 공유하면서 조금이나마 작은 위안이 되고자 한다. 이것이 저에게는 절대 의무라고 생각된다. 저는 솔직담백하게 글을 쓰고 한 번 쓴 글은 고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며, 발정제가 나오는 자서전이나 허접한 회고록이 아닌 가슴 따뜻한 글이 되도록 하느님께 기도 올리고 용감하게 쓴다.
병상에 누워 계신 환우 여러분!
러시아 시인 푸쉬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슬픔의 날이 지나면 기쁨의 날이 온다.”
그러나 그냥 저절로 기쁨의 날이 오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태양을 비추는 행위, 즉 일광(日光), 자기 자신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슬픔의 날을 이겨내야만 기쁨의 날이 온다고 한다. 또한 사랑의 신(神)은 의심이 깃든 자리에는 사랑이 자리할 수 없다고 했으며, 불교에서는 「공즉시색」이라고 하여, 마음속에 나쁜 것을 비워내야 새 희망과 용기와 사랑이 가득 찬다고 하였다. 이처럼 우리가 살기 위해 먹은 그릇들을 설거지하듯이 우리의 마음먹은 것 중 찌든 때를 씻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깨끗해진 마음에 희망과 사랑이 자리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웃을 사랑하라.”
이웃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자기 가족, 결국에는 자기 사랑으로 귀결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할 사람을 위해서 마음속의 울분과 증오를 큰 함성과 함께 날려버리고 새 희망과 용기와 사랑으로 병을 이기고, 저 밝게 빛나는 태양처럼 앞으로의 인생은 희망이 가득 찬 밝은 삶이 되길 하느님께 기원한다.
Contents
제1부. 서서히 드러나는 병의 정체
01. 조율
02. 사(死)
03. 가자! 광양으로
04. 수락산
05. 3끝 조심
06. M사우나
(01) 강남 M사우나
(02) 기 치료 원장과 스님
(03) 건달인가 스님인가?
(04) 어르신! 제발 깨어나세요.
(05) 약속
(06) 선물
(07) 가로수길
(08) 서서히 드러나는 병의 정체
(09)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별
제2부. 루게릭병, 본격적인 재활다운 재활
(01) 보험설계
(02) 똑같은 진단
(03) 쌍지팡이의 사나이
(04) 입원
(05) 회상
(06) 본격적인 재활다운 재활
(07) 드디어 밝혀진 병의 정체
(08) 루게릭병
(09) 서울대병원
(10) 어머니
(11) 운명의 결정, 휴병원
(12) 로뎀요양병원
(13) 중성적 이미지의 치료사
(14) 고약한 할머니
제3부. 루게릭 환자분들과 가족들에게 드리는 말씀
저는 처음에는 루게릭병에 관한 걸 쓰려고 했으나 아는 지식도 없고 제가 경험한 것을 쓰더라도 10쪽 분량도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책을 채우기에는 제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제가 병을 느꼈을 당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당시 상황을 정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한 병의 진행과정과 제 과거, 그리고 에피소드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환자분이 가장 궁금해하실 재활은 어떤 선생님과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제 병원생활과 같이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제 치유과정을 적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적었지만 약간의 재미를 더하고자 소위 말하는 ‘뻥카’도 썼습니다. 이 책이 루게릭병 환우 여러분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