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고차원의 법가국가였으며, ‘법가적 가치관’이 조선에 이어 탄생한 대한민국을 지금도 한정하고 있으므로, 한국사를 잘 이해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법가사상을 우선 알아야 한다.
1부에서는 법가사상의 기원을 살피고 그것이 중국사에 끼친 영향을 개관한다. 저자는 역대 중국 왕조의 지도 이념이 유교가 아닌, 유교의 탈을 쓴 법가라고 말한다. 전근대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였던 과거제가 인재를 뽑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법가적 관점에서 지식인을 통제하려 한 술수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중국을 망치고 있는 것이 과거제 때문이라고 주장한 캉유웨이가 말도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2부에서는 조선이 고차원의 법가국가였음을 실례를 들어 입증하려 했다. 왕조 설립 과정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가의 작업이었고 백성을 가축화하려는 여러 가지 정책을 썼다고 주장한다. 노비제도의 확충, 형정(刑政)의 끔찍함, 여러 왕자들이 연쇄살인범이자 조직폭력배 두목에 불과했다는 일화는 충격적이다. 문호 개방 이후 외세에 저항다운 저항도 못한 조선왕조의 망국 과정과 버마왕조의 솔선수범하는 항쟁을 비교한 부분도 새겨둘 만하다.
3부에서는 대한민국이 법가적 가치관을 떨치지 못하고 그 포로가 되어 모든 분야에서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해방 당시 한국인 검사, 판사 등 법조인들이 철두철미하게 신분제적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에피소드, 현재의 고위 공직자나 상류층 일부가 국민 또는 직원 보기를 노비, 심지어 개돼지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선이 유교국가가 아닌 법가국가였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속살은 법가국가라 할 요소가 많다는 저자의 주장이 불편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독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적지 않다. 조선과 대한민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
Contents
프롤로그…4
제1부 법가와 전제권력…13
1. 법가의 탄생…15
2. 법가의 관점에서 본 민(民)…32
3. 신이 없는 나라 중국…41
4. 한 제국 성립 이후의 법가…44
5. 성공한 법가 황제 주원장…58
6. 최후의 중국 전통 제국 청의 멸망…74
7. 법가와 중국공산당…84
제2부 조선 ― 유교국가인가, 법가국가인가…89
1. 조선의 건국과정…91
2. 왕씨 학살…118
3. 이성계 가문의 통치(1): 공동체사회에서 신분제사회로…130
4. 이성계 가문의 통치(2): 안보와 사대주의…164
5. 이성계 가문의 통치(3): 지식인과 지식인 통제…227
6. 이성계 가문의 통치(4): 감시와 처벌…244
7. 개혁을 할 수 없는 나라의 멸망…305
제3부 대한민국 ― 민주국가인가, 법가국가인가…337
1. 대한민국의 탄생과 역사교육…339
2. 대한민국에서 역사교육은 무엇인가…411
3. 법원과 검찰의 탄생…439
에필로그 ― 역사의 굴레…448
후주…454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 다. 졸업 후 국제관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바라보는 작업 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어릴 때는 동네 아이들과 극성스럽게 놀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책 읽기’에 몰두했다. 한국 경제사를 공부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갈 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선택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학문 연구할 뜻을 접었다. 대학시절에는 팸플릿, 소책자, 자료집을 작성하기도 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었다.
9·11 테러가 나자 정치 관련 도서를 출간하기로 출판 계약을 맺었던 출판사가 서둘러 요제프 보단스키의 『오사마 빈 라덴』을 번역 출판하려 하여 이 책의 일부를 번역하고 전문을 감수하게 되었다. 그동안 번역은 생각하지도 않다가 이 때문에 몇몇 번역서를 내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영어 학습용 도서 가운데 영어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극히 적다고 생각하여 영어 학습서를 내기도 했다.
저서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실 과 거짓』, 『법가의 나라 조선과 대한민국 : 노예적 사고와 민주정은 양립 가능한가』, 『다시 읽는 삼국사』, 『역동적 고려사』, 『세계 속 한국 근대사』, 『객관적 20세기 전반기 사』, 『박정희 정권의 역사』, 『여말 선초』, 『왕망-명분과 속 임수 사이』, 『일본 100년』, 『6월 항쟁과 87년 체제의 성 립』 『쉽지만 깊이 읽는 한국사』, 『천하의 중심, 고구려』, 『영어 무한증식 동사사전』, 『다시 쓰는 한국 근대사』, 등이 있고, 번역서로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세계는 평평하다』, 『대중의 미망과 광기』 『오사마 빈 라덴』, 『대중의 미망과 광기』, 『빛나던 나날』, 『다시 읽는 삼국사 1,2,3』 등이 있다. 또한 『신동아』 2001년 11월호에 「오사마 빈 라덴, 감춰진 진실」과 2004년 8월호에 「한국·몽골 국가연합론」 등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