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나무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나무를 문학적 ‘주인공’으로 삼은 책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이중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책은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우화와 예지로 그려낸 선구적 작품이다. 『어느 나무의 일기』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 우려하고 예견했던 미래의 시점뿐만 아니라, 인간과 나무가 삼백여 년 동안 공존해온 과거와 현재, 즉 두 종이 공유해온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나무의 의식을 1인칭으로 그린 이 유례없는 소설은 작가가 지닌 생물학, 역사, 의학, 인류학의 다양한 지식과 사고가 아마존의 빽빽한 산림처럼 풍부하게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루이 15세의 절대왕정, 마녀사냥과 종교적 광기, 수많은 피를 불러 온 프랑스 대혁명과 인간의 지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온 양차 세계대전, 그리고 프랑스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 드레퓌스 사건 등, 프랑스 역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새롭고 놀라운 관점으로 재해석 된다. 바로 나무의 시점을 통해서. 학살을 저지르는 인간의 잔인함, 철학적 고뇌와 사랑의 아픔, 상실, 그리고 3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는 그 모든 것의 덧없음 등.
또한 이 책은 동시에 위대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이 15세의 정부 카트린 부셰가 키운 두 그루의 배나무에는 신화 속의 연인 ‘트리스탕과 이졸데’의 이름이 붙는다. 그러나 나무의 사랑은 인간과 다르다. 오히려 그 이름에 어울리는 운명을 겪는 것은 두 그루의 배나무가 아니라 그들 주위에서 신비한 인연으로 맺어진 작가 야니스와 조각가 트리스탄이다.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다음 세대를 거쳐 그들의 아들인 샤먼 토에와 배나무 트리스탄의 책으로 완성된다. 나무와 인간의 운명은 그렇게 얽히고설켜 아름다운 싹을 틔운다.
Contents
추락
기다림
현존
밤
발견
비평가
절단
파티
목소리
타오르는 불
묘지
시간을 거스르다
예술가
재회
돌아감
글쓰기
구원자
샤먼들
출발
결별
개입
재생
절친한 친구
접붙이기
만남
전시회
이별의 선물
그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