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잊혀졌서 많은 부분이 유실된 채 도교경전道敎經傳 속에서 근근히 전해지던 『묵자』는 청淸나라에 이르러서야 다시 소환되었다. 서양의 과학 기술을 접한 청나라 학자들은 중국 고대의 논리학과 과학 기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묵자』에 주목하였다. 착간錯簡과 오탈자가 많았던 『묵자』를 교감하고 주석하는 등 그 본의를 밝히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 작업을 집대성한 주석서가 바로 손이양孫?讓의 『묵자간고墨子閒?』이다.
손이양은 유월兪?, 황이주黃以周와 함께 ‘청말 삼선생淸末三先生’으로 일컬어졌으며, 장태염章太炎이 “300년을 통틀어 견줄 자가 없다.”라 평가할 정도로 명성을 떨쳤던 학자로 경학, 문자학, 목록학, 지리학 등 여러 분야에 능통하였다. 그는 『묵자』의 여러 교감본과 주석서를 두루 검토하였으며, 문자학, 성운학, 지리학 전적을 비롯한 문·사·철의 다양한 전거들을 참고하여 당대까지 이루어진 묵자 연구를 집대성하는 『묵자간고』를 완성하였다. 양계초梁啓超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묵자』가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며 현대의 묵학墨學이 부활한 것은 모두 이 책이 이끌어낸 성과라고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