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향연으로만 끝날 수 없는 위대한 음악들이 있다. 일상과 사회의 어두운 면으로부터 공포, 불안, 의문, 우울, 몽상 그리고 광기와 소외를 분광시켜 철학적 가사와 광기 어린 사운드를 직조해온 음악가들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억 장의 음반을 팔아치우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핑크 플로이드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소외시키는 현대사회의 광포성을 날카로운 풍자와 알레고리로 고발하고, 대중음악의 산업 논리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음악적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서구 대중문화의 근간이 뿌리내리고 있는 현대적 삶의 어두운 면을 정치사회적, 철학적 맥락에서 광범위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철학자들이 분석하고 숙고해왔던 경험, 개념, 이론의 상당수를 깊이 다룬 작품 세계를 완성해냈다. 그 안에는 소외의 본질과 이유, 존재의 형이상학, 부조리, 인지, 정체성 그리고 예술적, 상업적인 진정성의 본질이 담겨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광기도 있다.
이 책은 미셸 푸코가 말한 광인을 대하는 사회의 변천사를 끌어와 ‘광기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시드 바렛의 음악적 세계관을 조명하고, 발터 벤야민을 호출해 대중음악에서의 ‘전복적 아우라’는 가능한지 타진해보며, 삶의 무의미성 앞에서 언덕 꼭대기를 향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시지프’의 고결한 신실함을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에서 발견한다. 이처럼 현대철학과 미학의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딱딱하고 난해한 방식으로만 전개되지 않는다. 개념들의 본질을 파고들기보다는 핑크 플로이드와 서구 대중음악/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내기 위한 도구로써 철학을 가져오고, 저자들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들과 풍성한 사례들을 통해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록 음악 팬들은 흔히 핑크 플로이드를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특정 장르의 밴드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이들의 음악은 하나의 특정 장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대중예술의 선도자로서 서구 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듣는 이를 불안과 불편으로 밀어 넣는 그들의 음악이 어떻게 압도적인 숭고미를 성취하는지, 그 답은 단순히 ‘들리는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음악적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사유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옮긴이의 말 _ 그날의 체험 이후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머리말 _ 철학의 핵심을 짚어낸 음악가들에 관하여
1부 대중문화 속에서 여러 겹으로 반짝이는 음악들
핑크 플로이드를 증오한다는 말의 의미
라스타의 시간으로 재구성한 고통과 광기: 《Dub Side of the Moon》
어둡고 고독하고 무한한 저 벽 속으로: 「Pink Floyd the Wall」
돼지가 개를 훈련시켜 양을 착취하다: 《Animals》
동떨어진 두 작품의 기이한 우연: 「The Dark Side of the Rainbow」
발견의 경이를 제공하는 시네마틱 뮤직
2부 우리는 왜 이 세계에서 끊임없이 소외되는가
벽 속의 수많은 벽돌 가운데 하나인 삶
부조리의 예술가 로저 워터스: 알베르 카뮈
소외의 사이키델릭 사운드: 테오도르 아도르노
나는 너이고 내가 보는 건 나다: 마르틴 부버
3부 시간의 흐름 속 동일성에 관하여
진짜 핑크 플로이드와 가짜 핑크 플로이드
내 안의 모든 것이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나인가
4부 위대한 예술은 어떻게 광기와 연결되는가
삶의 격동을 끌어안은 시드: 프리드리히 니체
디오니소스적 침잠과 전복적 아우라: 프리드리히 니체, 발터 벤야민
스스로를 가두는 현대의 광인: 미셸 푸코
신들의 프롤레타리아 시지프의 저항: 다시, 알베르 카뮈
주석
Author
조지 A. 라이시,이경준
뉴저지의 배스킹 리지에 있는 한 극장에서 「핑크 플로이드 라이브 앳 폼페이」를 관람한 뒤로 핑크 플로이드의 팬이 되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평생교육대학원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역사, 발달, 논리 실증주의의 죽음에 대한 몇 편의 글과 한 권의 책을 냈다. 게리 L. 하드캐슬Gary L. Hardcastle과 공동으로 『몬티 파이썬으로 철학하기: 쿡쿡 찔러보며 생각하기Monty Python and Philosophy: Nudge Nudge, Think Think!』를 편집하기도 했다. ‘대중문화로 철학하기’ 시리즈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뉴저지의 배스킹 리지에 있는 한 극장에서 「핑크 플로이드 라이브 앳 폼페이」를 관람한 뒤로 핑크 플로이드의 팬이 되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평생교육대학원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역사, 발달, 논리 실증주의의 죽음에 대한 몇 편의 글과 한 권의 책을 냈다. 게리 L. 하드캐슬Gary L. Hardcastle과 공동으로 『몬티 파이썬으로 철학하기: 쿡쿡 찔러보며 생각하기Monty Python and Philosophy: Nudge Nudge, Think Think!』를 편집하기도 했다. ‘대중문화로 철학하기’ 시리즈의 편집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