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소설 속 인물에 ‘나’를 투영한다. 소설가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이 가상의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소설을 읽는 독자 또한 은연중에 ‘현실의 나’를 소설 속 주인공에 대입하며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던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된다. 좋은 소설이 독자의 인간적 성숙에 기여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책은 바로 소설의 이러한 특성에 주안하여 현대의 고전에 해당하는 여덟 편의 소설 속 주인공의 여정을 좇으면서 거기에 깃든 철학적 사유를 해설한다.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뫼르소’는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이다. 부조리한 운명에 맞서 생의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캐릭터이지만, 이러한 비극적 운명을 주체적 의지로 받아들이면서 마침내 ‘행복한’ 죽음을 맞는다. 이 책이 소개하는 다른 주인공들 또한 ‘나(자아)의 문제’로 골몰하며 각자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나름의 극복 방식을 선보인다. 지은이(유헌식)는 이러한 주인공의 여정을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일에 ‘새로운 나 만나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삶을 새롭게 떠올리며 던져진 물음에 답할 기회를 갖기를 희망해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형태의 ‘나’를 접하면서 독자들의 ‘나’가 반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삶에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며, 부피보다 질량이 중요하다. 때에 따라서 버려야 할 내가 있는가 하면 지켜야 할 내가 있다. 내 안의 무엇을 끊어내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현재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 걸림돌을 끌어안고 갈 것인가 아니면 뛰어넘을 것인가?”
Contents
1장 이방인: 부조리에 맞서 나를 지키다
무관심한 태도
있는 그대로 말하기 인간과 세계의 부조리한 관계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없다
행복한 뫼르소
태양과 죽음
2장 파리대왕: 내 안에는 괴물이 산다
어른 없는 세상의 질서
봉화 대 사냥
합법적 지배에서 카리스마적 지배로
문명에 대한 야만의 위력
내 안의 괴물
벌이 꿀을 짓듯 인간은 악을 짓는다
악(惡)의 평범성
3장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자연의 질서에 나를 맡기다
고독 속의 깨달음: 깊이에서 넓이로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타자, 자기의 질서에 갇히지 않는 상대
로빈슨 대 로빈슨
방드르디 껴안기
스페란차와의 합일
문명의 붕괴
초롱아귀의 눈
해를 향해 서다
‘다른 섬’에 남은 로빈슨
4장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타인의 품 안에서 나는 죽는다
무거움 대 가벼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우연과 필연
정조와 배신
키치
화해
5장 연금술사: 낯선 길을 떠나 나에게 이르다
우주와 나
신 안에서 만물은 하나
모래알에 담긴 우주의 원리
나르키소스의 눈에 비친 호수
자아의 연금술
되어야 할 것은 될 수밖에 없는 법
유한자와 무한자의 동행
낯선 길을 떠나 자기로 향하기
6장 데미안: 내 안의 타자와 화해하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나 자신으로 향하는 길
내 안의 나
줄탁동시
나의 실현
자기의 부정과 새로운 탄생
대립과 갈등의 생산성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
자기에 이르는 구도자의 길
7장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현실의 세상에서 나의 길을 찾다
두 세계
자기를 다 쏟아 붓기
고난과 역경을 넘어서
오류의 잔을 남김없이 마시기
자기에서 벗어나기
보다 고상한 느낌
8장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비인간성의 덫에서 나를 구하다
지속적인 거리감
흡혈의 공포와 쾌감
뱀파이어와 경계인
도덕적 선택의 문제
뱀파이어의 시간
영생의 저주
Author
유헌식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대학 철학부에서 「헤겔의 역사적 사유에 나타난 새로움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헤겔철학 논문집 『역사이성과 자기혁신』, 입문자를 위한 철학 안내서 『철학 한 스푼』, 소설 작품을 철학의 시선으로 해석한 『행복한 뫼르소』를 출간했으며, 공동 작업으로 ‘통합적으로 철학하기’ 시리즈 세 권(『호수에 비친 달은 외로울까: 고독』, 『흔들려야 날갯짓한다: 성장』, 『죽음아 날 살려라: 죽음』)을 펴냈다. 크로너의 『헤겔』과 앙게른의 『역사철학』을 번역했으며, 독일관념론, 문명론, 철학의 일상화, 문예비평이 관심 분야다. 계간지 《철학과 현실》의 편집위원과 한국 헤겔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단국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괴테대학 철학부에서 「헤겔의 역사적 사유에 나타난 새로움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헤겔철학 논문집 『역사이성과 자기혁신』, 입문자를 위한 철학 안내서 『철학 한 스푼』, 소설 작품을 철학의 시선으로 해석한 『행복한 뫼르소』를 출간했으며, 공동 작업으로 ‘통합적으로 철학하기’ 시리즈 세 권(『호수에 비친 달은 외로울까: 고독』, 『흔들려야 날갯짓한다: 성장』, 『죽음아 날 살려라: 죽음』)을 펴냈다. 크로너의 『헤겔』과 앙게른의 『역사철학』을 번역했으며, 독일관념론, 문명론, 철학의 일상화, 문예비평이 관심 분야다. 계간지 《철학과 현실》의 편집위원과 한국 헤겔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단국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