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동안 한자(漢字)는 동양의 보편적 문자로서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훈민정음을 반포한 이후에도 한자를 주요한 표기수단으로 삼아 의사를 전달하였다. 그러므로 동양의 전통문화와 사유를 살피기 위해서는 한자·한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자를 탐구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한자 연구에 대한 최초의 문자학서인 『설문해자』를 지은 허신(許愼)은 서문에서 문자 연구의 목적과 효용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문자에 대한 탐구는 고전 연구의 근본이며, 바른 정치를 시행하는 근간이다. 또한 문자는 옛사람들이 후세 사람에게 문화를 전해주는 도구인 동시에, 후세인이 전대(前代)의 학문을 배우는 도구이다. 그래서 『논어』에서 ‘근본이 확립되어야 비로소 도가 생긴다.’ 고 하였고, 『역경』에 ‘천하의 가장 근원적인 도리를 깨쳐야 어지럽지 않게 된다.’고 한 것이다
근본이 확립되고, 근원적인 도리를 알기 위해서는 성현이 이룩해 놓은 경전(經典)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사물의 근본을 바르게 깨쳐야 하는 것인데, 그를 위해서는 경전의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자학(字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의미와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의 적확한 사용은 현재에도 여전히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특히 과거의 문화유산을 토대로 미래를 열어가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실현하려는 고전(古典)의 적확한 이해는 필수적인 것이 될 터이다.
편저자는 오랫동안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자·한문을 지도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선현들의 숨결이 녹아있는 한문전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중·고등학교 한문 교육의 현실은 ‘한문 문장’을 교육하기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함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결국 한문 교육의 처음 자리이자 또 가장 충실히 진행해야 할 한자 교육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이루고 있는 한자의 자원(字源)과 자의(字義)를 알아야한다. 한자를 제대로 교육하자면, 우선 글자마다의 형(形)·음(音)·의(義)에 대한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면밀한 추적 과정을 거쳐 자형의 연변(演變)과 한자의 본의(本義)·인신의(引伸義) 등을 규명하고, 아울러 한자와 중국 고대문화의 상관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