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4

개념사 연구의 영원한 고전,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전쟁

이론이 우선일까, 현실이 우선일까.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와 같은 물음인 이론과 현실의 관계는 역사학의 방법론에도 적용된다. 실증주의적 역사관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같이 이론으로 현실을 설명하려는 흐름에 반대하여 실증에 기반한 역사학을 추구했다. 하지만 역사학은 '개념'이라는 도구로 현상을 서술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있다. 문명과 문화, 진보, 전쟁, 제국주의 등의 '개념'은 역사서술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따라서 개념사에 대한 연구가 이론지향적이라고 비판할 필요는 없다. 특히 『코젤렉의 개념사』는 개념의 파악을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역사학의 완성을 추구한 고전이다. 개념이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언제나 변하는 게 개념이다. 코젤렉이 말하는 개념은 정치·사회적인 의미연관들로 꽉 차 있어서, 사용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의적多義的으로 머무르는 단어이다.

총 5권으로 구성된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은 119개의 기본개념을 정리한다. 앞서 살펴봤듯, 개념 자체가 역사적이기에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세계사를 이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자는 '근대'에 초점을 맞춘다. 개념 자체가 상대적이지만, 18세기에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단절'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코젤렉은 이 시기를 '말안장 시대', '문턱의 시대'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문턱의 시대에 개념은 이전의 시기와 이후의 시기에 어떻게 변화했을까. 이 물음이 바로 『코젤렉이 개념사 사전』이라는 영원불멸의 고전을 낳은 셈이다.

이 책은 제 4권 전쟁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