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주의의 역사 4

이 책은 프랑스의 지성계가 펼쳐 낸 반세기의 지적 작업을 압축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대가의 개별적 사유 체계들과 개념들이 추상화되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을 제대로 소화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책만큼 구조주의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전체적으로 탁월하게 조망하는 책은 없다고 본다.

특히 저자가 한 시대의 사유 무대에서 명멸한 스타들의 사상을 그들의 삶과 밀착시켜 전개하는 구조주의의 역사는 새로운 창조적 지식인들의 생존 적략, 변방으로부터 중심을 포위해 가는 그 치열한 도정이 잘 드러나 있다. 신구의 갈등과 투쟁을 야기시키면서 기득권에 도전하는 그들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사상이 태어나 정착되는 데 극복해야 할 역사의 무게를 실감한다. 프랑스처럼 개방되고 민주화된 사회에서조차 이런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지식인의 초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