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類書)는 접하는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사고하고 분석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것을 항목별로 분류하고 해당 사항들을 발췌하여 ‘부류별로 정리한 책’이다. 일종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조선(朝鮮) 인조(仁祖) 때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육(金堉: 1580-1658)이 엮은 [유원총보(類苑叢寶)]는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유서라고 할 만하다. 김육은 [유원총보] 자서(自序)에서 이 책을 엮게 된 경위와 그 명칭을 붙이게 된 내력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난날의 자취를 두루 살피는 데에는 송(宋) 축목(祝穆)이 편찬한 [사문유취]만 한 것이 없는데, 학사(學士)와 대부(大夫) 가운데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으니 하물며 먼 지방의 선비들이겠는가. 작년 여름에 내가 한가한 부서(府署)에 있으면서 비로소 이 책을 초록(抄錄)하면서 번잡스럽고 쓸데없는 것들을 빼버리고 그 요지(要旨)만을 남긴 뒤, 아울러 [예문유취], [당유함(唐類函)], [천중기(天中記)], [산당사고(山堂肆考)], [운부군옥(韻府群玉)] 등의 여러 책을 가져다 표제(標題)에 따라 더하거나 빼고, 빠진 것을 보충하여 문장을 다듬었다. 한 질(帙)의 책 안에 수백 권의 정수(精粹)를 포괄하여, 책 이름을 [유원총보]라고 하였다.”
잦은 전란으로 인하여 도서의 습득은 물론 보관조차 여의치 못하던 때에, 편자의 식견과 판단에 따라 중국의 주요 유서에서 정수를 취사선택하여 편찬한 이 책은, 글쓰기를 위한 참고서로뿐 아니라 교학(敎學)의 텍스트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 [유원총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유서라는 역사적 의의뿐만이 아니라,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도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오늘날의 국학 연구자들에게 요긴한 공구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육이 총 47권으로 묶은 방대한 분량으로, 그 번역만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연구사업위원회의 지원으로 번역과 주석 작업이 진행되어 2010년에 1, 2권이 발간되었고, 그 후속으로 제4권이 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