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선택이나 의사 결정을 둘러싸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등할 때, 특정 집단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그것을 근거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동원하는 ‘과학’의 권위는 무엇에서 유래하는가. 도대체 ‘과학’이란 무엇인가. 실험과 관찰을 통해 획득한 지식이 과학인가. 그렇다면 실험과 관찰은 어떤 특징을 갖는 활동이기에 과학적 지식의 기초가 되는가. 과학자들끼리 타협해 합의한 지식이 과학인가.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어떻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합의에 도달하는가.
과학철학은 과학적 지식의 특성과 구조를 분석하여 이런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과학의 활동과 그 결과인 지식/진리를 관찰 가능한 대상들의 수준으로만 환원하는 실증주의 과학철학은 이미 오래전에 비판받고 상당 부분 기각되었지만 여전히 보통 사람의 그리고 다수의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사유 속에 과학에 대한 해명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에, 실증주의 과학철학을 비판하고 과학의 사회적 성격(예컨대 과학적 진리를 과학자 공동체의 합의/협약으로 환원하는)을 강조하는 협약주의 과학철학은 과학적 지식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부인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상식적인 믿음과 배치되고 있다.
‘비판적 실재론’은 이런 과학철학들의 합리적 핵심은 유지하면서 그것들 오류를 정정하고 극복하기 위한 기획으로 출발한 과학철학이다. 이제 ‘비판적 실재론’은 구미의 학계에서 과학의 특성과 구조와 한계에 대한 철학적 해명을 넘어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에서 방법론적 지침으로 사용되면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혁신하는 다학문적이고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판적 실재론의 과학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하는 이 책은 [특히 인간에 대한] 과학이라는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 과학이라는 무기로 싸우고자 하는 사람, 과학이라는 무기와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Contents
제1부 초월적 실재론
1장 왜 실재론인가? 왜 초월적인가?
더 강한 실재론과 더 약한 실재론?
현실주의의 부적절성
비실재론의 유혹
왜 철학인가?
초월적 논증
칸트와 바스카가 사용하는 ‘초월적 실재론’이라는 용어
2장 실험과 심층 실재론
실험은 어떻게 가능한가?
심층의 세 종류
과학의 작업
자연의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