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바지니는 이 책 『자유의지』에서 정통 철학자나 정통 과학자, 심지어 정통 정치학자라면 펄쩍 뛸 만한 논증을 거침없이 해나간다. 책은 전체 5부, 9장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중 1부와 2부에서는 자유의지를 부인하는 근거로 제시된 과학적 증거들의 논리적 모순을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요약하면, 과학의 결정론은 대단히 폭넓은 영역의 자유의지 개념 중 어떠한 부분과도 충돌하지 않으며 완전히 양립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당연히 물질적 존재고, 유전자에 의해 구성되며, 뇌의 명령에 따라 행동한다. 하지만 이 사실이 인간의 삶은 오직 유전자와 뇌에 의해서만 영위된다는 결론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3부와 4부에서는 예술가, 반체제자, 사이코패스, 중독자들의 사례분석 및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유의지와 관련된 여러 영역들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이 남다르고 가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바지니는 자유의지를 철학개념으로 국한한 논쟁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며, 정치적 자유는 물론이고 법률적 자유, 심리적 자유, 그리고 ‘영감’과 ‘직관’을 사용하는 예술적 자유까지 골고루 다룬다. 이런 전략은 각각의 개별 분야 전문가로부터 두루 공격을 받을 수 있지만, 각각의 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 뿐, 단일하고 확고하며 통합된 정의로서의 자유의지란 불가능함을 입증하기도 한다.
바지니에 따르면, 자유의지는 우리에게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그 이유는 철학자들만의 갑론을박으로 해묵은 논란을 종식시킬 수 없기 때문이며, 결코 과학에만 근거해 그 존재 여부를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의지는 정치, 법률, 복지, 의료 등 여러 사회제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우리의 선택, 책임 그리고 정의의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자유의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자율, 자기계발, 창조성, 도덕, 의미 있는 삶, 인간관계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자유와 자유의지를 동시에 논의하며, 그로부터 ‘추구할 가치가 있는 자유’를 최종결론으로 삼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Contents
서론
1부 위협받는 자유
1. 악마
2부 잃어버린 자유
2. 신경과학자
3 유전학자
3부 되찾은 자유
4. 예술가
5. 반체제자
4부 약해진 자유
6 사이코패스
7 중독자
5부 추구할 가치가 있는 자유
8 철학자
9 웨이터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철학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자 하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런던대학교에서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7년 창간된 계간지 《필로소퍼스 매거진The Philosophers’ Magazine》의 공동 발행인 겸 책임 편집자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옵저버》 등 여러 잡지의 철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줄리언 바지니는 낙태 문제에서 테러와의 전쟁, 실존주의까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기꺼이 논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실천적 철학자이다. 영국 언론은 바지니를 “건전한 판단력을 가진 사회의 수호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대중 철학자답게 홈페이지www.microphilosophy.net와 팟캐스트 ‘마이크로필로소피Microphilosophy’를 운영하며 대중과 철학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는 『자유의지』, 『진실사회』, 『가짜 논리』, 『에고 트릭』, 『빅 퀘스천』, 『데이비드 흄』, 『위기의 이성』, 『유쾌한 딜레마 여행』, 『철학자의 연장통』, 『윤리학의 연장통』, 『철학이 있는 식탁』,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러셀 교수님, 인생의 의미가 도대체 뭔가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