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교수 출신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프랑스 작가 중 한 사람인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짧은 소설 다섯 편을 묶었다. 긴장감 있는 흥미진진한 전개에 독자들은, 몇 장 넘기지 않아 어느새 사건의 한복판에 내던져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길지 않은 다섯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내면의 말해지지 않은 진실,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을 통과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관능적인 향락을 즐기며 사랑 없는 연애도 서슴지 않았던 브뤼셀 최고의 보석상 장, 그런 그에게 삶의 의미를 만들어준 왕립극단 조명기사 로랑. 두 남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가운데, 신 앞에서 사랑을 맹세한 주느비에브-에두아르 부부와, 같은 시간 성당 뒤편 희미한 빛 속에서 단둘이 결혼한 장-로랑 커플.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성 커플에게도 동성 커플에게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작가는 「브뤼셀의 두 남자」를 통해 오히려 동성이기에 자유롭고 변함없는 사랑이 가능할 수 있지는 않을까 묻는다.
「개」에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인간-되기’와 용서의 어려움에 대하여, 「콘스탄체 폰 니센」에서는 미망인과 죽은 전남편, 두번째 남편이 이룬 삼각관계 이야기로 예술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다채로운 인간의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지 묘사한다. 「재 속의 심장」은 아들보다 조카를 더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다.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그녀는 자신의 죄책감을 외면하려 광기에 휩싸인다. 그녀의 눈을 뜨게 해줄 유일한 수단 역시 ‘사랑’이다. 「유령 아이」는 재능 있고 삶을 사랑하지만 아이가 없는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노력 끝에 임신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거라는 의사의 진단에 아이를 포기한다. 그들은 한낮에도 유령 아이와 산다.
Contents
브뤼셀의 두 남자 007
개?에마뉘엘 레비나스를 기리며 087
콘스탄체 폰 니센 177
재 속의 심장 211
유령 아이 305
작가 노트 327
196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으며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강단에 서다가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극작가이며 철학가로 다수의 희곡과 철학에세이를 발표한 그는 콩쿠르 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의 종신회원이다.
1991년 『발로뉴의 밤』을 발표하며 극작가로 데뷔했으며 1993년 『방문객』을 통해 그 해 몰리에르 연극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1994년에는 첫 소설 『이기주의자들의 종파』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해 『변주의 수수께끼』, 『방탕아』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소설과 희곡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작가로 주목받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의 선두를 달리는 그의 작품들은 45개 언어로 번역됨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수천만 권이 팔렸다. '영계 사이클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밀라레파』,『노아의 아이』를 발표해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프랑수아 뒤페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오마 샤리프가 주연한 영화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은 베니스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돼 평론가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소설은 나오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받는 작가이다. 세계 30여 개국에서 그의 작품을 출간할 만큼 세계도처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펜과 종이만으로 집필을 고집할 만큼 아날로그적인 면모도 보이고 있는 그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는 바그다드 출신의 청년 사드가 탈출의 길을 떠나 카이로, 몰타, 시칠리아, 나폴리를 거쳐 영국의 런던에 정착하기까지의 모험담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제목과 일부 에피소드를 따왔지만 오디세우스와 사드는 큰 차이가 있다. 오디세우스는 돌아갈 고향의 집과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었지만 사드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엄마를 위하여』는 우주의 질서에 관해 늘 궁금증을 갖는 슈미트의 성향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드러난 혹은 감춰진 종교들’과 ‘동양의 지혜들’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적 시도인 ‘영계靈界 사이클’ 시리즈 8번째 책이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유교의 뒤를 이어서 이제 그는 이 책에서 소년 펠릭스를 통해 정령숭배를 보여준다. 슈미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아주 많은 일을 한다. 난 항상 단순함을 겨냥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단순함은 간략화와 혼동되어선 안 된다.” 예술에 대한 이런 간결한 정의가 바로 그의 엄청난 성공의 열쇠다.
주요작품으로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이기주의자들의 종파』, 『빌라도 판 복음서』, 『오스카와 장미할머니』,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 『밀라레파』, 『노아의 아이』, 『프레데릭 혹은 범죄로(路)』, 『타인의 몫』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