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0만에 육박하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우리 밖의 외부가 아니라 우리 안의 이웃들이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 일을 근 10여년에 걸쳐 기록해 온 사람이 있다. 이란주 님이 그다. 그는 80년대 폭염처럼 들끊던 학생운동을 거쳐 서울 구로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떠한 시민권도 그들은 갖지 못한 채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잊혀진 얼굴들로 첫 한국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꿈꾸었던 인간애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싶었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으로 옮긴 지 9년여가 되었다. 그는 꾸준히 그들의 삶을 진보생활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을 통해 기록해 나갔다.
이 책은 그들의 최초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 묶음인 동시에 이란주 님의 입을 빈 최초의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인권선언이다. 그 선언은 1970년대 중반 우리 사회 천덕꾸러기 저임금노동자들이 '우리도 사람이다', '노동자들이 이 사회발전의 주역이다'라고 선언하고 나올 때처럼이나 감동적이다. "나도 때리면 아프고, 슬프면 눈물나는 사람이다"라는 그들의 최초의 외침이다. 그들이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말을 듣고자 한다.
Contents
여는 글
1부 뿌리 없이 자라는 나무
아빠는 부재중
씩씩한 태국 아줌마 '팬'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이 부부가 사는 법
쌍둥이아빠 바라씨
미혼모
2부 우리 동네 사람들
학교 가는 나잉나잉
천사 같은 사람들
변신
무료진료소
한국어말하기대회, 그 숨은 이야기
3부 불법대한민국
질곡
단속, 그리고 법률
한국인불법체류자
똥 묻은 개가 미국을 흉봐?
외국인노동자는 적당히 두들겨 줘야 해?
절망
4부 떠도는 사람들의 노래
슬픈 망명객
어느 장례 풍경
비비 씨 집에 보내기 작전
참을 수 없는 무기력
또 다시 떠나는 사람들
울리 형 이야기
5부 말해요, 찬드라
육년 사개월
내 이름은 선미아
안나푸르나의 소망
6부 아모르, 그 엿새 동안의 기록
성난 노동자들
돈 줘, 돈 줘
피 말리는 협상
단결, 희망의 근거
참을 수 없이 지루한 오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
1995년부터 지금까지 이주노동자, 이주민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들과 친구가 된 덕분에 인권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이주민들이 낯설고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맞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이겨 내는 모습을 보고 용기와 지혜를 얻었다. 지금은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주민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말해요, 찬드라』와 『아빠, 제발 잡히지 마』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이웃 나라 어린이들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은 『안녕 아시아 친구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