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대한 밀도 높은 관찰과 이야기를 다루는 색 상상책이, 보라를 가득 머금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 노랑에 이어 이번 색 상상책 3편은 보라색을 매개로 다양한 장면을 전달합니다. 보랏빛으로 더욱 깊은 하늘과 고요한 산, 드넓은 바다를 따라가다 보면 장면은 쌓이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의 주제는 없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독자가 이끌린 생각과 마주한 장면이 곧 이 책의 결말이 될 테니까요.
책 속에 가득 담긴 보라는 무수히 많은 색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분위기를 갖는 색입니다. 깊은 바다와 같은 고요함이 있다가도, 한낮의 꽃처럼 아찔하게 눈부신 화려함을 갖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런 다면적인 색의 분위기처럼,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보라는 두 가지 뜻을 갖는 단어입니다. 색의 종류인 보라색은 물론 어떤 것을 보게끔 하는 '보아라'의 의미도 담고 있죠. 보라와 보라 사이 속 모호한 듯 선연하게 물든 장면과 함께, 당신만의 새로운 장면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