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박의』는 남송南宋의 학자 동래東萊 여조겸呂祖謙(1137~1181)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희朱熹의 학우學友이자, 『근사록近思錄』의 공동저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서문序文에서 “『동래박의』는 학생들의 과시科試를 위해 지은 것이다...마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중에 과시문科試文을 언급하기에 나는 그들을 돕고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치란득실治亂得失의 사적史蹟을 뽑아 기록하고 그 밑에 논설을 붙이기 시작하였다...제생諸生이 명절이나 휴가에 왔다가 돌아갈 때면 반드시 이 책을 베껴 짐 속에 넣어 갔기 때문에, 돌아가는 자들의 행장行裝을 열어보면 이 책이 없는 자가 없었다.”라 하였다.
여조겸은 주희와 달리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 관심이 많았으며, 특히 역사歷史에 조예가 깊어 이를 뛰어난 문장으로 표현해냈으니, 그것이 바로 『동래박의』 이다. 『동래박의』는 『춘추좌씨전』의 논평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여조겸은 탐정과 같은 추리력을 바탕으로 과거의 사실들을 재구성하여 그 원인을 밝혀나간다.
그런데 이 책이 왜 수험受驗 필독서必讀書가 되었을까? 과시科試의 합격기준은 바로 문장이다. 즉 당시 정책과 사회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논리와 문장력, 그리고 그에 대한 안목과 식견으로 인재人才를 뽑은 것이다. 이것이 『동래박의』가 단순한 수험서가 아닌 고전古典으로 남아 읽히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