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하버드대학 왕더웨이(王德威, David Der-Wei Wang) 교수의 중문 저서 《跨世紀風華: 當代小說20家》를 옮긴 것이다. 타이완 초판본에는 20편의 작가론이 실려 있었는데 후일 중국 대륙에서 출간될 때 그 중 일부를 교체하였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글본은 총 22편이 되어 저자의 결정에 따라 제목 역시 《현대 중문소설 작가 22인》이 되었다.
저자 왕더웨이(1954- )는 타이완대학 외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학에서 비교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타이완대학, 하버드대학, 콜롬비아대학 교수를 거쳐 2004년 이후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언어 문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4년에는 타이완 중앙연구원의 멤버가 되었다. 영문 저서 수 권을 포함해서 근 30권의 저서가 있으며, 그 외에도 수 십 권에 이르는 역서ㆍ편서ㆍ편저 등이 있다.
이 책은 작가론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중문문학에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제시하고 전 세계 중문학계에 새로운 연구의 장을 일구어낸 저자 왕더웨이의 학술적 업적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작이다. 이 책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그의 기본적인 입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청말의 중문문학은 ‘지체된 근대성’(서양식 근대성)이 아닌 ‘자생적 근대성’(중국식 근대성)에 대한 풍부한 상상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억압된 근대성’은 20세기 이래 중국 현대문학의 네 가지 방향 ― 욕망ㆍ정의ㆍ가치ㆍ진리(지식)에 대한 비판적 사고 및 그 서사 방식에 대한 천착으로 이어졌다. 이는 1930년대의 신감각파 소설, 원앙호접파 소설, 장아이링 소설이라든가 1950년대의 신무협소설, 20세기 말의 신환락가체 소설, 반영웅주의 소설 등에서 증명된다.
둘째, 1980년대 이래 중문학계는 중국문학ㆍ타이완문학ㆍ홍콩문학ㆍ마카오문학ㆍ화문문학이라는 용어ㆍ개념ㆍ범주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중국 대륙문학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를 그로부터 뻗어나간 연장물 내지 부속물로 간주하는 것이다. 중문문학은 국가 문학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이론 및 실천의 방향을 찾아야 하며, 중국 대륙의 중문문학과 세계 각지의 중문문학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화어계 문학’(華語語系文學, Sinophone Literature)이 그 변증법적인 기점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 왕더웨이는 이러한 입론을 바탕으로 하여 비교문학적인 방식으로 중문문학 내부의 복합적인 맥락의 계보를 정리하고,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시공간적 배경이 전혀 다른 작가들을 유사한 유형으로 범주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 대륙 중심주의적인 중국문학을 지양하고, 세계 각지의 중문문학이 평등하며 공동으로 하나의 통합적인 유기체를 이루고 있음으로 보여주면서, 전 세계 중문문학의 계보와 판도를 재구성하고 있다.
Contents
13장 스수칭
기이한 현상, 이단의 역사
1. ‘소외’의 계보
2. 즐거운 세상
3. ‘홍콩, 나의 홍콩’
4. ‘부수어 버리자, 일체의 일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