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김용균의 죽음은 한국사회를 얼마만큼 바꿔놓았나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 『2146, 529』
‘2146, 529.’ 무슨 뜻을 담은 숫자일까. 2,146은 2021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질병, 사고 등)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의 숫자를 가리킨다. 그리고 529는 그들 중에서 사고로 사망한 이들의 숫자다. ‘한 해 2,000명, 매일 대여섯 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퇴근하지 못하는 산재공화국.’ 한국은 오래전부터 산업재해를 근절하지 못하는 노동후진국으로 불려왔다. 왜 우리는 똑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왠지 이 질문에는 단 하나의 해답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책 『2146, 529: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은 2021년 한 해 동안 재해사고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의 부고를 담은 책이다. 책 속에서는 숨진 노동자들의 소식이 짧은 문장의 부고로 그저 나열된다.
2021년 12월 1일
안양시 안양동 안양여고 인근 도로에서 전기통신관로 매설작업에 투입된 ㄱ씨(62) 등 노동자 3명이 롤러에 깔려 사망했다. (169면)
부고라고 적긴 했지만 부고(訃告)란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글’을 가리키는 말로, 본래에는 누군가 자신의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알리면서 그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장으로 모시고자 쓰는 글이다. 그 추모의 장소에서 우리는 세상을 떠난 이의 삶을 추억하며 그 죽음의 무게를 실감한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의 소식들은 부고라 할 수 없는 단신(短信) 기사의 나열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기사들을 되풀이해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의 출발은 2021년 1월 1일(정확히는 2020년 12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트위터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 계정이 그날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소식을 올리면서부터였다. 그 계정의 팔로워들(2022년 1월 18일 기준으로 7,744명)은 매일같이 그 트윗이 알려주는 단 한 줄의 단신기사를 통해, 한국 어딘가에서 얼마 전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온 누군가의 죽음을 접해왔다.
이 책 속 사망사고 소식에 무감각한 이들은 ‘왜 우리가 노동자들의 부고를 하나씩 확인해야 하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무척 새삼스러운 말일 수 있지만, 2018년 12월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3년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김용균의 죽음은 당시 한국사회에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과 고통의 와중에 그의 죽음이 단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위험이 외주화되고 죽음이 하청화된’ 구조적 문제임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이는 전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으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