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위기, 기후위기, 소외와 갈등, 물신주의…… 현대의 위기를 나타내는 수사는 너무나도 많다. 바야흐로 위기의 시대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미래사회를 향하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특히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시도했던 ‘전통의 파기’라는 근대적 도전의 실패로부터 비롯된 반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 유학은 생명철학으로, 화해의 철학으로, 타자의 철학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했던,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반유가의 분위기는 이제 찬물을 끼얹은 듯 식어들고 말았다. 대신 저자가 ‘유가적 전통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하고 있는 전통문화 되살리기의 열기가 거세다.
공자의 사상은, 그리고 그것을 이어받은 맹자와 주자의 사상은 군자의 책임 이론과 민본주의, 인仁의 정신, 생명사상 등을 통해 결코 한순간도 약자를 외면하지 않고 생명을 도외시하지 않았던 화해의 철학, 생명의 철학이었다. 저자는 특히 이러한 유학사상 속에서 대동민주주의라는, 서구 민주주의와 무관하게 자라난 자생적 민주주의의 씨앗을 발견해 낸다.
이 책의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유학사상의 현재적 의미이다. 저자는 전통사상으로서의 유학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에도 살아 숨 쉬고 있고 우리를 미래시대와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임을 강조한다. 전통에 대한 신뢰는 인류의 생존을 가능케 해 온 인간 역량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유학 전통 속에 살아 있는 현재적 의미를 바탕으로 해서 유학이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들에 철퇴를 가할 수 있는 비판이론으로 기능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Contents
제1부 유교 전통과 대동 이념
제1장 대동 이념의 유교적 연원과 공자
제2장 맹자의 대동 이념에 대한 고찰
제3장 주자학과 대동사상
제4장 책임 이론으로서의 군자 이론과 유가적 자율성에 대한 검토
제2부 유교 전통, 한국 민주주의, 대동민주주의
제5장 한국 민주공화국 헌법 이념의 탄생과 유교 전통
제6장 해석학의 탈식민적 사유 방법으로의 전유 가능성: 유교 전통과의 화해를 중심으로
제7장 해석학적 사건으로서의 한국 민주주의
제3부 대동민주주의와 비판이론의 방법
제8장 화해, 상처받은 삶 그리고 현실적 유토피아
제9장 정치적 능력주의와 차이나 모델에 대한 비판적 고찰: 대니얼 벨의 이론을 중심으로
제10장 요순 민주주의 또는 정치적 능력주의: 유교적 성왕론을 둘러싼 해석 갈등
제11장 대동민주주의와 능력주의적 평등을 넘어
제12장 유가의 인仁 개념과 돌봄의 자유관
제13장 공자와 소크라테스: 공자의 군자 정신과 소크라테스의 이성적 삶
제4부 문명 전환의 시대와 생태 · 대동민주주의의 가능성
제14장 생태위기와 서구 근대의 양가성
제15장 자본주의적 ·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대 생태 독재의 이원성을 넘어
제16장 선진유가와 생명 사상
제17장 생명 사상으로서의 성리학
제18장 돌봄의 자율성으로서의 인仁과 21세기 생태 · 대동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