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조언, 때로 악의적인 조언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
사회사에서 빠져 있던 놀라운 에피소드의 부활”
_옵저버(런던)
우리나라 방송광고에 여성이 먹는 피임약 광고는 있지만 콘돔 광고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여성 건강의 정치학’이다. 미국 사회에서 한때 문제가 됐던 유산방지제 DES, 여성용 피임기구 달콘실드,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여성용 호르몬제 모두 여성의 건강에 앞서 먼저 고려되는 이슈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갱년기 우울증’이라는 말 또한 완경을 질병으로 진단한 의료 산업과 이를 승인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결탁이다.
이 책은 이러한 성차별적 의학의 조언과 제약 회사의 판촉에 여성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를 비롯해 ‘과학적’이라고 믿어 온 ‘전문가’들이 여성에게 어떤 조언과 처방을 해 왔으며 거기에 여성들이 어떻게 휘둘리고 대응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책에 따르면 산업화와 세계대전을 계기로 여성들이 노동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할 무렵 전문가들이 과학적 전문성을 내세우며 여성들이 여성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일례로 의사들은, 여성의 행동을 길들이기 위한 19세기의 음핵절제에서부터, 어머니를 거세자라고 비난한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성적·감정적·모성적 삶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에 따르면, 생리는 격리가 필요한 병이었고, 임신은 장애 상태를 의미했으며, 고학력은 자궁의 장기적 건강에 대한 위협이었다.
우리는 이를 ‘먼 나라의 옛날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는가. 국책연구원이 ‘여성이 스펙을 쌓기 위한 휴학·연수·자격증 취득 시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고작 올해의 일이다. 정부기관이 ‘가임기 여성 출산지도’를 내놓는 ‘여성=출산’으로 보는 것이 21세기 한국 사회의 여성관이며 이를 정부가 솔선수범하여 선전하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Contents
제1장 가부장제의 폐허 속에서
여성 문제/새로운 남성우위론/페미니스트 해법과 가정적 해법/과학 그리고 가정중심성의 승리
전문가의 등장
제2장 마녀, 치료사, 신사 의사
마녀사냥/미국으로 건너온 치료권 투쟁/상품이 된 치료/대중건강운동/경쟁에 참가한 여성 의사들
제3장 과학 그리고 전문가의 부상
의료의 도덕적 구원/실험실의 신비/의료와 큰돈/산파 쫓아내기
전문가의 지배
제4장 병의 성 정치학
불가사의한 유행병/결혼: 성적·경제적 관계/질병으로서의 여성성/남자는 진화하고 여자는 퇴화한다/난소의 독재/자궁 대 뇌/안정요법/환자 역할 뒤집기: 히스테리
제5장 세균과 가사노동의 생성
가정의 공허함/가정의 낭만/가정과학자들이 집을 관리하다/세균박멸운동/새로운 과업의 생성/페미니즘, 가정과학을 받아들이다/빈민가에서의 “올바른 생활”/과학 없는 가정중심성
제6장 아동의 세기
아동의 발견/“아동 문제”와 여성 문제/어머니운동/전문가가 들어오다
제7장 병리적 모성
전문가가 아동과 동맹을 맺다/의사들이 관대함을 요구하다/리비도적 모성/나쁜 엄마들/
“엄마중심주의”와 위기에 처한 미국의 남성성/의무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공산주의와 지나친 관대함의 위기
전문가의 추락
제8장 피학적 모성에서 성적 시장으로
세기 중반의 마조히즘/심리요법으로서의 부인과학/피학적 엄마의 반란/독신 여성의 부상/
독신 문화의 확산/대중심리학과 독신 생활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