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국민 영웅 호세 리살의 1887년 작품인 소설 『나를 만지지 마라Noli Me Tangere』는 식민지 필리핀의 진정한 통치자로 군림하고 있던 위선적인 스페인 신부들과 그에 붙어 민중을 억압하는 데에 앞장선 군인들과 관료들, 그 속에 고통으로 신음하던 민중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로 필리핀 민족주의 형성과 독립 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소설이다. 당시 필리핀은 타이완과 보르네오 사이의 7000여 섬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여러 부족에서 스페인 식민 지배의 고통을 함께 받는 필리핀인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이 소설은 착취를 당하는 민중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종교와 무력으로 이들을 억누르는 식민 세력을 극명하게 폭로하여 민족주의 독립 운동의 불을 당겼다. 1521년 마젤란이 필리핀의 세부에 도착한 이후 19세기 말까지 스페인은 필리핀을 식민 지배하며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한 가톨릭 국가로 만들었고, 스페인에서 파견된 여러 수도회의 신부들이 그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나를 만지지 마라』는 식민 지배의 착취 구조, 억압 받고 고통 받는 민중, 가톨릭 교회와 신부들의 위선적이며 오만한 태도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나를 만지지 마라』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고리오 영감』, 『적과 흑』 과 같이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며 변혁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 소설들처럼 위대한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본질적인 힘을 드러낸다. 종교의 권위와 식민 모국의 권력을 이용하여 민중을 지배하는 한편 그들의 보호자로 행세하고 있는 신부들, 국가 제도와 무력을 이용하여 민중을 억누르고 업신여기는 군인들, 현실은 외면한 채 지적 유희만을 즐기려는 자칭 지식인들, 종교에 매달리기만 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민중들, 교육을 통한 개혁과 폭력을 통한 혁명 사이에 갈등하는 지식인들, 그리고 쥐어짜는 폭정에 신음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Contents
34 자유사상 9 / 35 연회 15 / 36 반응들 30 / 37 첫번째 영향 41 / 38 총독 각하 46 / 39 종교행렬 59 / 40 도냐 콘솔라시온 66 / 41 정의와 힘 82 / 42 두 방문자 94 / 43 에스파다냐 98 / 44 계획들 116 / 45 고해 121 / 46 억눌린 자 130 / 47 투계장 139 / 48 두 여인 154 / 49 수수께끼 163 / 50 억눌린 자들의 대변자 168 / 51 엘리아스 이야기 182 / 52 변화들 192 / 53 행운의 카드 198 / 54 좋은 날의 아침 징조 206 / 55 음모 214 / 56 파국 225 / 57 소문들 234 / 58 패배자의 비애 246 / 59 원망의 대상 259 / 60 애국심과 이기심 265 / 61 마리아 클라라의 결혼 282 / 62 호수에서의 추격 301 / 63 다마소 신부의 고백 310 / 64 크리스마스 이브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