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동아시아에서 기를 둘러싼 담론은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핵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서구와 조우한 뒤 근대화 과정에서 기는 이성과 과학의 주변부로 밀려나면서 서구적 개념들의 그림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즉 앙상한 철학적 개념의 뼈대만 남게 된 것이다. 이렇듯 뼈만 앙상하게 남은 기에 살과 피를 공급하여 기를 온전한 몸으로 되살리기 위해 기획된 ‘기학의 모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첫 번째 책이 조금 엄숙한 방식으로 역사 속의 ‘기’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기’ 개념을 모색한 것이라면, 『기학의 모험 2』는 동아시아인의 문화 속에서 살아 움직여온 ‘끼’의 흔적들을 더듬고 있다. 이 책에 담긴 ‘끼’의 향연은 문학(조동일), 회화와 서예(정세근), 음악(박소정), 침구(김병삼), 음식과 기미(박석준), 얼굴 표정(김시천)이라는 세부적인 주제들을 통해 전통 기 문화들의 단면들을 더듬으면서 기 본래 몸뚱이의 윤곽을 그려내고 있다.
『기학의 모험 2』는 6명의 필자와 1명의 객원 대담자의 강의와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에서는 문학론, 동아시아 미학이론, 음악론, 한의학, 몸의 현상학 등이 다루어진다. 그리고 대담에서는 강의에 근거해 필자들과 일반 대중 간의 토론이 이뤄진다. 강의는 각각의 이론을 통해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기의 문화를 설명하고, 대화는 동아시아 전통 기 담론과 오늘날의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사례들 간의 교차를 독자들에게 가시화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여기에 필자인 김시천 선생님과 객원 대담자로 참여한 이정우 선생님 간의 대담은 기와 문화의 관계들 그리고 기의 철학적, 문화적 접근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Contents
기획의 말―氣學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4
프롤로그―‘기’에서 ‘끼’까지, 기를 통해 문화를 말하다 8
첫째 마당 문화 속에 살아 움직이는 氣
1강 문학, 氣의 문학론을 찾아서 _조동일 15
서두의 논의/ 기학과 이학/ 타당성과 유용성/ 생극론의 의의/ 변증법에서 생극론으로/ 앞으로의 과제
열린대화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