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이며 우아한 문체, 현실적 사건들 속에 철학적인 문제들을 녹여 내는 치밀함, 모자이크처럼 엮인 사건들을 이끌어 나가는 능란함으로 2008년 메디치상과 프낙상, 장 지오노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작가 장마리 블라 로블레스의 대작 소설 『호랑이들이 제 세상인 나라』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호랑이들이 제 세상인 나라』는 17세기의 비교적 평온한 유럽과 야성이 살아 있는 현대 브라질이라는 대조적인 두 세계를 병치하여, 마치 시간 여행으로 초대하듯 독자들을 단숨에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철학자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이기도 한 로블레스는 브라질을 비롯해 중국 티베트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살았던 경험에 움베르토 에코적인 박학다식함을 녹여 지적 욕구와 이국적 풍경에 대한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보기 드문 작품을 써냈다.
소설은 브라질의 알칸타라에서 언론사 통신원으로 일하고 있는 엘레아자르를 중심으로 그의 헤어진 아내와 대학에서 민속학을 공부하고 있는 딸, 그리고 한 불구 소년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 그러나 소설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현대 브라질의 이야기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매 장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는 17세기의 학자 아타나시우스 키르허의 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