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간결하고, 너무 건조하고, 너무 강렬하다!”
간결한 문장, 집요한 침묵, 무한한 복합성, 그리고 신비로움……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100페이지’의 미학!
프랑스에서 가장 실험적인 작품에게 수여되는 메디치상을 수상한 엠마뉘엘 베른네임은 20년 동안 100쪽 남짓한 짧은 소설 다섯 편(『잭나이프』,『커플』, 『그의 여자』, 『금요일 저녁』, 『스탤론』)을 발표하면서 ‘100페이지의 작가’로도 불린다. 특히 첫 작품 『잭나이프』는 출간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너무 짧고, 너무 간결하고, 너무나 건조한 문투의 독특한 작품 세계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1993년 ‘새롭고 독특한 문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하는 ‘메디치 문학상’의 심사위원회는 베르네임의 세 번째 소설인 『그의 여자』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 소설은 곧바로 1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갔고, 13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작가정신에서는 프랑스 문학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작품 세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도록 초기부터 최근작까지를 선보이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네 편의 작품은 『잭나이프』, 『커플』, 『그의 여자』, 『금요일 저녁』이다. 첫 작품 『잭나이프』는 늘 가방 안에 잭나이프를 넣고 다니다 지하철 안에서 낯선 남자의 등을 찌르는 엘리자베스를 통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현대 여성의 소외된 욕망을 보여주고 있고, 두 번째 작품 『커플』은 남녀간의 진부한 감정 표현을 완전히 배제함으로써 기존의 연애소설이 보여주는 사랑의 밀어나 사랑에 대한 환상을 단숨에 깨뜨리고 있다. 그의 세 번째 작품이자, 1993년 메디치상 수상작인 『그의 여자』는 남몰래 하는 사랑의 내밀한 쾌락을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했다. 마지막 작품인 『금요일 저녁』은 지하철 파업 때문에 교통이 마비된 도시에서 우연히 차에 태우게 된 남자가 풍기는 냄새의 함정에 빠지는 한 여성을 통해 일상의 충동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뛰어난 솜씨로 꼼꼼히 묘사한 소설이다. 작가의 가장 최근작인 장편소설 『다 잘된 거야』는 2015년 2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작품들은 현대인들의 고독감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의 극히 내밀한 욕망을 들추어낸다. 독자들은 작가의 카메라 앵글과 같은 시선을 통해 그들의 내밀한 일상을 시시각각 엿보는 듯한 관음증적 충동을 느끼는 동시에 내면에 자리한 금기에 대한 욕망과 욕망 너머의 세계에 대해 사색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