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유학자들은 500년 내내 주자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가슴 한 켠에는 소강절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학술로는 주자학을 표방하면서도 삶의 양상은 소강절을 닮고자 했다. 그가 보여 준 안락의 철학과, 선천역학을 통해 드러나는 본원세계의 장대함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율곡 이이 같은 이는 소강절을 가리켜 ‘하늘의 시민’이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특히 기호유학자들의 소강절 존숭은 남다른 바가 있었다. 율곡 이이로부터 시작해서 명재 윤증, 보만재 서명응으로 이어지는 이들 기호유학자들은 소강절의 삶과 학술세계에 찬탄하며 그를 기렸다. 일부 김항의 『정역』이 전해 준 후천개벽의 소식도 이런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강절이 조선 유학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다방면에 걸쳐 나타났다. 그의 안락론은 불행한 삶을 살아간 숱한 천재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었고, 또 정사와 경세에 지친 명사들에게는 여유를 찾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선천역학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많은 개혁적 성향의 지식들에게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의 비전을 열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밖에도 『황극경세서』 속에 담긴 경세론과 역사인식 등, 조선 유학자들의 삶에 끼친 그의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조선 유학자들은 소강절이 남긴 두 종의 대표적인 저술을 통해 그의 삶과 학문을 좇았다. 그의 『이천격양집』을 통해서는 안빈낙도하는 안락의 삶을 희구하였고, 『황극경세서』를 통해서는 선천세계와 상수의 비밀을 찾았다. 구체적으로는 서경덕, 이황, 이이, 신흠, 윤증, 서명응 등의 유력한 학자들이 그의 모습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우선 소강절의 생애와 학문 전반에 대해 소개한 다음, 조선 유학자들이 이해한 강절학의 양상을 안락론, 선천론, 경세론, 후천개벽론 등으로 구분하여 각론별로 살펴보고 있다.
Contents
제1부 소옹의 선천역철학
제1장 소옹의 겹치는 모습
제2장 소옹 철학의 핵심 개념
제3장 선천역과 경세
제4장 소옹 철학의 의의와 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