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문학,
생물학과 의학까지… 수많은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현대 소비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길을 찾는다
“기노쿠니야 올해의 人文大賞 수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파티 초대를 받았다. 그렇다고 꼭 가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려 있었고 마침 저녁 시간도 비어 있었기에 가기로 했다. 격식을 차린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식탁에선 대화가 이어졌다. 음식은 입에 잘 맞았고 다른 모든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 식사가 끝나면 흔히 그랬듯 둘러앉아 음악을 듣고 농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고 유쾌했다.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부인들은 정말 즐거웠고 멋진 파티였다고 몇 번이나 확인하듯 말한다.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배웅하러 문 밖에 나온 자리에서까지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고 되풀이한다. 말 그대로 파티는 매우 훌륭했다. 오늘 밤 파티에서 지루했던 상황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대화도, 사람들도, 장소도, 어느 것 하나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 흐뭇해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 저녁에 끝내지 못한 일을 얼른 살펴보고 내일 아침엔 무슨 일을 처리해야 할지 확인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 실은 오늘 밤 파티에서 무척 지루했어”라고.
인간은 풍요로워지기 위해 애써왔다. 그 결과, 우리는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정말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가?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철학자들이 고심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파스칼, 러셀, 니체, 칸트, 하이데거, 마르크스, 아렌트, 아도르노, 들뢰즈 등의 철학적 논리를 차근차근 파헤치며 이러한 질문에 대답한다.
Contents
머리말
서론 ‘좋아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1장 토끼 사냥을 하러 가는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원리론
파스칼이라는 인물 / 인간이 불행한 원인 / 토끼를 사냥하러 가는 사람은 토끼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 욕망의 원인과 대상 / 열중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 / 가장 어리석은 자 / 파스칼의 해결책 / 괴로움을 찾는 인간 / 니체와 지루함 / 파시즘과 지루함-레오 슈트라우스의 분석 / 긴장 속의 삶 / 러셀의 《행복론》 / 행복 속의 불행 / 놀랄 만큼 일치하는 러셀과 하이데거 / 지루함의 반대는 쾌락이 아니다 / 사람은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 열의? / 러셀의 결론이 가진 문제점 / 동양의 청년과 러시아의 청년들은 행복하다? / 열의가 가진 허점 / 스벤젠의 《지루함의 철학》 / 모두 똑같은 것은 싫어! / 스벤젠의 결론이 지닌 문제점
2장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졌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계보학
지루함과 역사의 척도 / 인류와 유목생활 / 유목생활에 대한 편견 / 강제된 정착생활 / 정착과 식량 생산 / 유목생활과 식량 / 왜 1만 년 전, 중위도 지역이었을까? / 최근 1만 년 사이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 / 청소 혁명. 쓰레기 혁명 / 화장실 혁명 / 죽은 자와 맺는 새로운 관계 / 사회적 긴장의 해소 / 사회적 불평등의 발생 / 지루함을 피할 필요성 / 부담이 만들어낸 쾌적함 / 1만 년에 걸친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이라는 과제 / 유목생활자와 정착생활자에 대한 주석 / 정착혁명의 철학적 의미에 대한 주석
3장 왜 ‘한가한 사람’이 존경받을까?: 한가함과 지루함의 경제사
한가함과 지루함은 어떻게 다른가? / ‘한가한 사람’이 존경받았던 시절 / 유한계급과 소유권 / 한가로움의 과시 / 과시적 한가함의 쇠락 / 베블런 이론의 문제점 / 아도르노의 베블런 비판 / 베블런 VS 모리스 / 한가롭게 사는 기술을 아는 자와 알지 못하는 자-‘품위 넘치는 한가함’ / 라파르그의 노동 찬미 비판 / 라파르그의 믿음 / 노동자를 이용해서 폭리를 취한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 포드주의의 혁신성 / 노동으로서의 휴가 / 그람시의 금주법 분석 / 관리받지 않는 여가? / “자신의 욕망을 광고회사로부터 배운다”-갤브레이스 / ‘새로운 계급’ / 일에 충실하기? / 포스트 포드주의의 여러 문제점 / 끊임없는 모델 교환을 강요하는 노동 형태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과 비정규직
4장 사치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소외론
필요와 불필요 / 낭비와 소비 / 인간은 무엇을 소비하는가? / 원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 낭비를 방해하는 사회 / 소비 대상으로서의 노동과 여가 / 〈파이트클럽〉이 그려낸 소비사회 / 타일러와의 만남 / 소비사회와 그에 대한 거부 / 타일러는 누구인가? / 현대의 소외 / 소외와 본래성 / 소외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 루소와 소외 / 홉스의 자연상태론 / 전쟁 상태에서 국가 형성으로 / 루소의 자연상태론 / 이기심과 자기애 / 자연상태론은 어떤 도움을 주는가? / 본래성 없는 소외 / 마르크스와 노동 / 마르크스의 소외론은 어떻게 읽혔는가? / 소외론자들의 욕망 / 노동과 일-한나 아렌트 /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왜곡한 아렌트 / 마르크스에게 있어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5장 도대체 지루함이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철학
철학의 감동 / 기분을 묻는 철학 / 근본에 있는 기분 / 지루함의 두 종류 / 지루함의 제1형식 / 지루함은 무엇일까? / 기분 전환과 시간 / 〈붙잡힘〉 / 〈공허에 방치됨〉 /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 / 기차역의 이상적 시간 / 지루함의 제2형식 / 기분 전환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 시가를 피우는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 마침내 찾아낸 기분 전환 / 제2형식에서 ‘공허에 방치됨’과 ‘붙잡힘’ / 자라나는 ‘공허에 방치됨’ / 방임은 해도 방면하지는 않는 ‘붙잡힘’ / 제2형식에 의해 명확해지는 것 / 지루함의 제2형식과 인간의 삶 / 제2형식의 ‘정상적인 정신’ / 지루함의 제3형식 /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 기분 전환 / 제3형식에서 ‘공허에 방치됨’과 ‘붙잡힘’ / 제3형식과 제1형식의 관계 / 제3형식과 제2형식의 관계 / 해방과 자유 /
6장 도마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인간학
해바라기 중인 도마뱀에 대해 생각하기 / 어떤 대상을 그 자체로 경험한다는 것 / 돌/동물/인간 / 진드기의 세계 / 흡혈의 과정 / 세 개의 신호 / 환경세계 / 놀랄 만한 진드기의 능력 / 시간이란 무엇인가? / 베타의 시간, 달팽이의 시간 / 시간의 상대성 / 환경세계에서 본 공간 / 사물 그 자체? / 꿀벌에 대한 하이데거의 논리 / ‘압도됨’과 ‘얼빠짐’ / 도마뱀의 환경세계, 우주물리학자의 환경세계 / 천문학자의 환경세계 / 인간과 동물의 차이 / 맹인안내견을 통해 생각하는 환경세계 이동 / 환경세계와 지루함 / 지루해하는 동물 /
7장 결단하는 것이 인간임을 증명하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인간과 자유와 동물에 관한 하이데거의 생각 / 눈을 감고 귀를 막아라! / 결단의 노예가 되는 것 / 결단 이후의 주체 / 제1형식과 제3형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외의 관계 / 결단의 열차 여행 / 제2형식의 특수성 / 인간답게 산다는 것 / 코제브-역사의 종말, 인간의 종말 / 이미 다가온 역사의 종말 / 미국인은 동물 / 계속 인간으로 남는 일본인 / 코제브의 착각 / 제멋대로 이상화하기 / 테러리스트가 되기를 권유하는 것인가? / 습관의 역동성 / 담력시험과 습관 / 생각한다는 것 / 들뢰즈에게 있어서 ‘생각한다는 것’ / 하이데거가 살아왔던 환경세계의 붕괴 / 쾌락원리 /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일 / 인간적 자유의 본질
결론
첫 번째 결론 / 스피노자와 ‘이해한다’라는 감각 / 왜 결론만 읽을 수 없는가? / 두 번째 결론 / 즐기기 위한 훈련 / 일상적인 쾌락 / 다시 파티에 대하여 / 소비사회와 지루함의 제2형식 / 모리스, 예술, 사회혁명 / 세 번째 결론 / ‘동물 되기’의 일상성 / 즐기는 것과 사고하는 것 / 기다리는 것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의 다음 과제-한가로움의 ‘왕국’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