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문헌자료선집 - 수행편 -

선(禪)은 말로 이해하거나 전달해야 할 것인 동시에 몸으로 닦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해서, 선에 대해 말하는 행위는 선을 온전히 다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 수밖에 없으며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이 말해지는 것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비단 선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는 말을 쓰는 언중(言衆)이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문제이며, 극복되기 어려운 문제다. 선을 그냥 하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 고단하고 힘겨운 일이다.

이 책은 선(禪) 중에서도 수행(修行) 즉 몸으로 닦아 이루어 내는 것에 대한 문헌자료를 묶은 것이다. 몸으로 이루어내거나 살아낸 것을 말로 옮기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하지만 말이 마침내 세상을 일으켜 세우고야 말 것이라고 믿고 살아낸 것 또한 인간의 역사다.

선이 말과 만나는 지평에서 세간과 출세간이 만나고, 부처와 중생이 만나고, 삶과 죽음이 만나게 되리라고 나는 마침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