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용하는 근대 개념은 한국 근대의 현실이나 사실에 조응하지 않는다. 세계사 차원에서 근대사로 이해되는 일제강점기는 근대를 특징짓는 개념(주권 국가, 민주주의, 자본주의)과는 동떨어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국가를 상실한 식민지에서 이 세 개념은 오히려 압살되었고 한국인들이 일제와의 투쟁을 통해 추구해야 하는 과제였다. 이러한 ‘식민지적 근대’ 사회는 구미나 일본의 근대 사회보다 훨씬 복합성이 컸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식민지적 근대와 조선 사회”로 설정했다.
한때 일제가 조선을 개발했는가, 수탈했는가를 둘러싸고 수탈과 개발 사이의 상관관계를 대립적으로 바라본, 의미 없는 논쟁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어느 입장이든 식민지 경제를 ‘반(半)’봉건적이라고 인식한 선험적 규정이 일제강점기 이래 고착된, 즉 자본주의는 좋고 선진적인 체제여서 제국주의가 이를 이식할 리 없다는 근대주의에 매몰된 것은 같았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들은 근대 이전의 지배-복속 관계와 원시적 수탈 수준을 뛰어넘어 식민지 수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들에게 익숙한 제도인 자본주의를 이식해 식민지를 개발하고 성장시켜야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 세대가 지난 과거 이야기지만, 필자가 일제강점기를 (식민지) 자본주의 경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 때 식민사학이라는 힐난도 들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연구방법론은 많이 발전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책을 내면서 中)
Contents
책을 내면서
제1부 식민지 자본주의와 ‘개발’의 특징
01. 일제시기 조선은행 개조론의 전개와 함의 _조명근
1. 머리말
2. 조선은행 정리 및 이상론에 입각한 개조론
3. 식민지 현실론에 입각한 개조 반대론
4. 조선은행 개조론의 함의
5. 맺음말
02. 일제하 면양장려계획(1934~1945)과 식민지 개발 _노성룡
1. 머리말
2. 면양장려계획(緬羊奬勵計畵)의 배경
3. 면양장려계획의 전개과정과 특징
4. 면양장려계획의 한계로 보는 식민지 개발
5. 맺음말
07. 일제 식민지기 조선 농촌의 ‘머슴’살이: 전통과 근대의 하이브리드 생존기 _이송순
1. 머리말
2. 버려진 담론[‘식민지반(半)봉건성’·‘민족경제권’]에 대한 재검토
3. ‘머슴’살이: 전통과 근대의 하이브리드 생존기
4. 맺음말
08. 금융조합 조선인 이사의 사회적 위상과 존재 양태 _문영주
1. 머리말
2. 고학력 조선인의 이사 취업
3. ‘농촌 3거두’의 하나인 관치금융기관장
4. 식민지 삶과 자의식
5. 맺음말
09. 1910~20년대 조선인 교원의 일본 시찰 _장인모
1. 머리말
2. 시찰 여행의 실시
3. 조선인 교원의 시찰 여행 경험
4. 맺음말
10. 1920~1938년 공설운동장 건설과 조선인 엘리트의 활동 _임동현
1. 머리말
2. 식민당국의 공설운동장 건설과 조선인 사회의 대응
3. 조선인 엘리트의 활동과 헤게모니 확보
4. 맺음말
11. 한국 근현대 선거에서 기호투표의 정착 과정 연구 _최선웅
1. 머리말
2. 해방 전후 선거과정의 기표
3. 입법의원 선거법으로 명문화된 기명투표
4. 기호투표의 시작: 5·10 총선거
5. 기명투표의 부활과 좌절: 1960년 서울특별시장선거
6. 맺음말
엮은이/글쓴이 소개
Author
정태헌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영남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일제하 조선은행 연구?중앙은행 제도의 식민지적 변용?』(아연출판부, 2019)이 있고, 논문으로는 「대한제국기 중앙은행 제도의 도입과 변용」(『동방학지』 196, 2021), 「식민지 자본주의의 전개와 3·1운동에 대한 시론적 검토」(『역사학보』 245, 2020), 「1930년대 중후반 식민지 조선 금융기구 개편론의 전개와 함의」(『한국사연구』190, 2020)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영남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일제하 조선은행 연구?중앙은행 제도의 식민지적 변용?』(아연출판부, 2019)이 있고, 논문으로는 「대한제국기 중앙은행 제도의 도입과 변용」(『동방학지』 196, 2021), 「식민지 자본주의의 전개와 3·1운동에 대한 시론적 검토」(『역사학보』 245, 2020), 「1930년대 중후반 식민지 조선 금융기구 개편론의 전개와 함의」(『한국사연구』190, 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