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가 『예기禮記』라는 책으로 정리되어 전하게 된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공자孔子와 그 제자, 후학들이 300년 동안 기록하여 전하다가, 전한前漢의 대성戴聖이 49편으로 정리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후 후한後漢 말 정현鄭玄이 주注를 달아 풀이하였으나, 그 내용이 『예기』 경문經文보다 글자 수가 적을 정도로 간략하고 시대가 멀어 알기 어려웠으므로 당唐나라 공영달孔穎達이 소疏이 실어 『예기정의禮記正義』를 완성하였다.
예학禮學은 『예기정의』에 근거하여 크게 발전하고, 송宋나라 주희朱熹 및 제자들의 기록인 『예기집설대전禮記集說大全』과 함께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기틀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주자학朱子學의 영향으로 『예기집설대전』을 주목하였으나, 이를 편찬한 원元나라 진호陳澔가 대전大全을 구성하며 활용한 자료가 『예기정의』인 점에서 원류源流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예기정의』는 그동안 방대한 분량?난해한 용어?예식禮式 등을 이유로 번역되지 못했다. 또 예학 연구는 삼례三禮, 즉 『예기』?『의례儀禮』?『주례周禮』가 소통해야 진가眞價가 발휘되므로 진입 장벽조차 쉽지 않았다. 이번 『예기정의』 번역은 본회 『역주譯註 주례주소周禮註疏』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되는 삼례 번역이다. 이를 통해 한국학 및 동아시아 예학을 비롯하여 경학, 사상, 사회 등 다양한 분야 연구에 유익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