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한 세계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그의 ‘밝은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밝은 미래』는 이영곤이 2005년 제5회 대한민국 창작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동명의 단편을 시나리오 작가 진철수와 영화감독 이우열이 1년 여에 걸쳐서 다시 만든 스토리의 작품으로, 우리나라 만화계에서 쉽게 선보이지 못했던 누아르 장르 만화이다. 누아르의 전형성을 지키면서도 압축된 그림으로 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만화 특유의 특성을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잘 담아내었다.
주인공 현태는 종로보석 시장의 건달이다. 어린 시절 머리에 못이 박히는 사고를 당해 촉각, 통각, 미각 등 감각을 상실했다. 타고난 싸움꾼이었던 현태는 보험사기를 하는 최박사에게 맡겨졌다가 종로 보석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나 종로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끊임없는 암투와 커넥션이 존재하고 그 가운데서 아무런 힘도 없이 오직 감각 없는 몸뚱이 하나만을 믿고 살아가는 현태의 운명은 가혹할 수밖에 없다. 심리치료사인 혜미와 보육원 동기인 안자와의 미묘한 로맨스도 작품의 한 축으로 그의 운명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이영곤 작가의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연출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