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고 어이없는 것을 즐기기 시작한 때, 즉 ‘엽기 코드’나 ‘허무 개그’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즈음. 하지만 이 장르의 시작을 찾아보려면 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이하라 고지, 요시다 센샤와 같은 작가들이 ‘무의미’ 만화들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이 이미 1980년대 말. 요시다 센샤의 『전염됩니다.』는 바로 이런 부조리 개그의 원조라 일컬어지는 만화다.
『전염됩니다』에서는 상식을 파괴하는 전복적인 에너지가 폭발하고, 판단이 불가능한 무의미의 향연이 펼쳐지는 와중에 여러 캐릭터가 탄생한다. 묘한 불쾌감과 짜증을 유발하는 반나체 복장의 아이, 10센티미터 키높이 아이템에 집착하는 부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입을 열지 않는 과묵한 임금님, 수달 가죽을 뒤집어쓰고 수달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끊임없이 설파하는 사람. 이들은 모두 뭔가에 기계적, 강박적으로 몰입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우 일상적인 것들을 유치함과 소심함으로 과장하여 생겨난 의외의 공감대가 긴장, 혹은 불쾌의 상태와 터져 나오는 웃음의 아슬아슬함을 즐기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