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과 재』는 1996년 처녀작 『쿰란』으로 놀라운 상상력과 신학과 고고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은 바 있는 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가 유대인 대학살을 소재로 쓴 지적 역사 스릴러 소설이다.
작가는 유대인 학살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룸으로써 ‘어떻게 신(神)이 홀로코스트라는 잔혹한 악을 허용할 수 있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작가 자신이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선악구도 안에서만 유대인 대학살을 보려 하지 않았다는 시도가 새롭다.
작품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의 모티프가 몇 해 전 프랑스를 뜨겁게 달구었던 레지스탕스 부부 ‘뤼시&레몽 오브락 사건’과 마지막 전범 모리스 파퐁의 행적이라는 점이다. 비교적 깨끗하게 과거사를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랑스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사건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황금과 재』는 해방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친일청산 문제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