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톰슨은 평생에 걸친 모리스의 광범한 활동을 크게 둘로 대별해 그가 전반기에 보여준 낭만주의적 예술가로서의 공적과 후반기에 발휘한 사회주의 혁명가로서의 활동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톰슨은 문학가·화가·장식예술가로서 모리스가 그려낸 예술가로서의 다양한 열정이 낭만주의적 기질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톰슨이 보여주는 혜안은 모리스의 중세적 낭만주의 기질이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치부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19세기 영국의 극단화된 산업자본주의 사회가 지니는 비인간적인 삶의 여건을 비판하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발굴해내는 데 있다. 이것이 모리스 인생 전반기의 예술 활동과 후반기의 사회주의 활동을 연결 짓는 고리가 된다. 따라서 얼핏 관련성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게 보이는 모리스 평생의 활동들을 일관성 있게 이해하는 하나의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할 것이다.
책 전체를 통해 톰슨은 인간 모리스와 예술가 모리스, 또는 인간 모리스와 혁명가 모리스의 일치를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독자인 우리는 예술가와 사회주의자로 모리스를 대할 때 공히 만나게 되는 인간 모리스의 모습에 무엇보다 매료된다. 그것은 모리스가 근본적으로 갖고 있던 인간 삶에 대한 뜨거운 신뢰와 애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의 필요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제반 인간 활동에서 모리스가 보여주는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창조성이라고 할 것이다. 모리스 예술작품들이 기계로 찍어낸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서는 인간의 행위성을 담고 있고, 그의 사회주의가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삶이라는 근본을 항상 유념하고 있는 것은 당장의 성패로서의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없는 더 큰 인간 활동의 목표를 설정해준다.
Contents
예술가, 사회주의자, 인간 윌리엄 모리스
개정판 서문
제1부 윌리엄 모리스와 낭만주의적 반항
제1장 랜슬롯 경과 그래드그라인드 씨
1. 초기의 반항
2. 역사와 로맨스
3. 그래드그라인드 씨
4. 존 키츠
제2장 옥스퍼드 - 칼라일과 러스킨
1. "전투는 어디에 있나이까"
2. 중세주의와 토머스 칼라일
3. 존 러스킨
제3장 로세티와 라파엘전파
1. "내가 하는 일은 꿈을 구현하는 것이야"
2. 라파엘전파 화가들과 "석양의 시뿔건 색깔"
제1장 모리스와 장식예술
1. 들어가기
2. 레드하우스와 모리스 회사
3. 디자이너이자 공예가로서의 모리스
제2장 절망의 시
1. 『트로이 함락의 장면들』
2. 『지상의 낙원』
3. "무언가 좋지 않은 기분"
4. "이 시대에는 활력이 없다"
제3장 "사랑이면 족하다"
제4장 희망과 용기
1. 켐스콧
2. 아이슬란드
제5장 행동
1. "삶 이외의 부는 없다"
2. "동방문제"
제6장 "고건축보호협회"
제7장 불의 강
옮긴이의 말
윌리엄 모리스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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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소개
Author
에드워드 파머 톰슨,윤호녕,이순구,김재오,조애리
영국의 역사가·작가·사회주의자이자 평화운동가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닐 무렵 영국 공산당에 가입했으며, 학부과정을 마친 그가 역사가로서 수업을 쌓은 것은 영국 공산당 내에 구성된 ‘역사학자 모임’에서였다. 그는 여기서 명망 있는 사회주의자들과 교류하며 지적 영향을 받았다. 톰슨은 18·19세기 영국의 급진적 운동에 관한 역사서 저술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가 쓴 첫 역사서는 이 책 『윌리엄 모리스: 낭만주의자에서 혁명가로』(1955)였다. 1957년에는 『뉴 리즈너』(New Reasoner)지와 『뉴 레프트 리뷰』(New Left Review)지를 창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노동계급이 어떻게 형성되어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유려한 문체로 서술한 저서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The Making of the English Working Class, 1963)은 역사학은 물론 사회과학 전반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이외에도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전기를 유작으로 출판하였으며(1993), 그 밖에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톰슨은 영국 공산당의 주된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계기로 공산당을 떠났지만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선 역사가로서 계속 남아 있었다. 그는 1950년대에 영국의 신좌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였으며, 1960년대에는 영국 노동당 정부에 대한 좌파 입장에서의 비판자였고, 1980년대에는 반핵 평화운동을 주도해 냉전체제의 일각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영국의 역사가·작가·사회주의자이자 평화운동가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닐 무렵 영국 공산당에 가입했으며, 학부과정을 마친 그가 역사가로서 수업을 쌓은 것은 영국 공산당 내에 구성된 ‘역사학자 모임’에서였다. 그는 여기서 명망 있는 사회주의자들과 교류하며 지적 영향을 받았다. 톰슨은 18·19세기 영국의 급진적 운동에 관한 역사서 저술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가 쓴 첫 역사서는 이 책 『윌리엄 모리스: 낭만주의자에서 혁명가로』(1955)였다. 1957년에는 『뉴 리즈너』(New Reasoner)지와 『뉴 레프트 리뷰』(New Left Review)지를 창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노동계급이 어떻게 형성되어 등장하게 되었는가를 유려한 문체로 서술한 저서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The Making of the English Working Class, 1963)은 역사학은 물론 사회과학 전반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이외에도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전기를 유작으로 출판하였으며(1993), 그 밖에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톰슨은 영국 공산당의 주된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계기로 공산당을 떠났지만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선 역사가로서 계속 남아 있었다. 그는 1950년대에 영국의 신좌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였으며, 1960년대에는 영국 노동당 정부에 대한 좌파 입장에서의 비판자였고, 1980년대에는 반핵 평화운동을 주도해 냉전체제의 일각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