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모랄리아 1: 레비나스』는 거의 해마다 저서를 출간해온 저자 서규환 교수의 열두 번째 저서이다. 이는 본격적인 레비나스 연구서이다. 정치 없는 윤리도 문제이지만 윤리 없는 정치도 오늘날 문제라는 판단을 저자는 하고 있는데, 레비나스는 윤리 문제를 다시 주목하게 하는 거장이다. 이러한 정치와 윤리 사이를 사유하려면 레비나스와의 대결은 피할 수 없다.
레비나스(1906-1995)는 포스트모던 사상가 자크 데리다가 주목하면서, 데리다의 명성과 더불어, 명성을 얻게 된 지성이다. 그의 사유는 해체주의,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주제들을 선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은둔자였던 레비나스는 매우 뒤늦게, 그러니까 그의 나이 50대 중반에서야 프랑스 국가박사학위논고를 제출한다. 그것이 바로 [총체성과 무한성]인데,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학계의 폭발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레비나스는 유대인으로 파시즘의 전체주의 폭력에 그의 가족 모두가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었고, 그의 저술들에는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가득하게 흐른다.
철학사적으로는 히틀러의 파시즘과 친화적이었던 하이데거에 대한 비판이 그의 사상의 중심을 차지한다. 존재론적 철학자 하이데거가 인간 주체인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말한다”라는 사상 핵심어를 남겼다면, 레비나스에서는 “얼굴이 말한다”는 핵심어로 하이데거의 언어에 저항한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그것이 저자가 레비나스의 얼굴론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얼굴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시사하고, 얼굴 표정에서 내면의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이 드러나기도 하며, 에로스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유대교와 기독교 경전 텍스트들에서는 신의 현현을 시사한다.
레비나스의 사상과 더불어, 오늘날 “종교적 사유로의 전환” 혹은 “신학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정치와 종교 사이의 오래된 주제를 재조명하려는 이른바 “정치신학의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지적 분위기와 더불어, 철학, 신학, 정치학, 문학 사이의 학제간 대화가 더욱 성숙하고 있다.
레비나스는 윤리학을 제일철학으로 설정한다. 인간은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윤리적이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 속에서 타자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 자유보다 선행한다는 주장이 전개된다. 칸트 이래의 자율성 철학에 대항하여 그는 타자에 대한 절대적 책임을 수용하는 타율성 윤리학을 제시하는데, 저자는 자율성의 정치철학을 주장하며, 레비나스에 대한 긴장감 있는 비판을 전개한다.
Contents
서문 5
I. 너와 나와 당신, 탈존재론적 형이상학
1. 너는 나 19
2. 존재론과 형이상학의 구별 22
3. 헤겔의 시원 26
4. 블랑쇼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