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한국문학의 ‘주류적’ 장르는 아니었다. 주변적 장르이기만 했던가 하면, SF와 계몽 또 과학운 동의 관계, 번역의 세계, 또 지금 한국 문학의 지각 변동을 생각하면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다. 지구의 미래, SF 페미니즘, 더 나은 삶에의 상상들을 상기할 때 SF라는 의제는 범주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적 이행의 문제에 가깝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인지를 촉발하는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한국적 현실, 재난자본주의, 유토피아적 상상력의 폐색, 인류 그 자체의 위기들이 한국 SF에 활력과 기대 를 공급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인공위성과 함께 SF로 밖에는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없는 계급과 젠 더와 구조의 모순들을 가진 언어계가 되어 있다. 우리들의 책은 계보학에 가깝지만, 계보들이 펼쳐 내는 빛들 속에 어떤 암시들이 있을지 모른다. ‘SF 프리즘.’ 과학, 미래, 자본, 정치가 소설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펼쳐내는 빛의 산란을 살펴보는 일. 우리의 프리즘이 산란한 빛의 이미지들을 보여주었기를, 한국 SF의 크고 작은 파장들을 재어보는 작은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Contents
제1부 사이버펑크와 SF자본
제1장
사변소설, 팬 액티비즘(fan activism), 시민적 상상력
‘되돌아보기’에서 솔라펑크까지
제2장
주류는 사물들에 저 나름의 용도를 찾는다
사이버펑크와 상품화
제3장
사이버펑크 서울을 넘어 실크펑크 제주로
사이버펑크 속 동양의 도시 재현
제4장
테크노킹 일론의 SF 읽기는 왜 비판받아야 하는가?
제5장
아폴로 신화의 SF적 다시쓰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리턴 투 스페이스〉
제2부 한국과 동아시아 SF의 기원들
제6장
한반도 SF의 유입과 장르 발전 양상
구한말부터 1990년대까지의 남북한 SF에 대한 소사(小史)
제7장
식민지 조선의 화성 담론과 그 문학적 변용
1920년대 대중매체와 소설 「천공의 용소년」을 중심으로
제8장
1920년대 조선의 〈R.U.R.〉 수용과 ‘로봇’의 신체
김우진, 박영희를 중심으로
제9장
혁명이라는 야누스, 러시아/소비에트 SF의 두 기원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의 『붉은 별』과 예브게니 자먀찐의 『우리들』의 수용과 번역 양상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