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입자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멈출 거라 생각했을까.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매일 뉴스에는 생각도 못 한 소식이 담기고, 곧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되었다. 코와 입을 막고 나니 눈과 귀도 막히는 것 같고, 사람들은 점점 예민해져 갔다. 작은 일에도 화가 늘었고, 짜증이 잦아졌으며 타인에 대한 비난이 늘었다. 여유가 없으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힘이 약해졌고, 자신의 말을 꺼내는 일 역시 어려워졌다.
이 정도면 계기로 충분했다. 다들 침체되어 있는 날들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모였고, 그건 마치 인간의 본능이었다. 공간은 낯설지만 아늑했고, 처음 만나 사람들은 어색했으나 반가웠다. 아마도 동질감이 느껴졌던 게 아닐까. 우리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눴다. 사물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나 결국엔 자기소개였다. 그 사람의 성격이 나왔고, 생각의 흐름이 보였다. 짧은 대화였으나 나는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들어줬다. 누구도 비판하지 않았고 웃지 않았다. 각자의 삶이 묻어난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록되었고, 지친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다.
- 공동저자 中 이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