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에 들어가는 ‘천’은 보통 ‘내 천川’ 자를 많이 쓰지만, 순천은 다릅니다. ‘따를 순順’에 ‘하늘 천天’을 사용해 ‘하늘의 뜻에 따르다’라는 뜻을 지닌 것이죠. 순천을 이루고 있는 풍광은 그 이름을 닮아 하늘 아래 제 모습을 오랜 세월 유지해왔습니다. 전라남도에서 산이 가장 많아 전체 면적의 70%가 산지로, 모후산·조계산이 주축이 되어 산릉을 이루며 견고한 산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 순천시 중심지 동쪽에 위치하며 젖줄이라 불리는 ‘동천東川’은 호남정맥 산기슭에서 발원해 산지에서 원도심으로, 원도심에서 순천만으로 물줄기가 흐릅니다. 산과 물이 에워싸고 있는 순천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하고도 강직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와 근대를 지나며 투쟁의 역사를 거쳐왔기에, 지금의 느긋함과 유순함이 더욱 아름다운 순천입니다. 임진왜란의 최후 전투인 정유재란 당시 순천시 해룡면에서 발발한 왜교성 전투에 조선·명나라 연합군이 참여해 일본군과 싸우며 저항의 역사를 써 내려갔고, 1948년 전라남도 여수에 주둔 하던 군부대의 일부 군인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거부하며 반란을 일으킨 여순사건여수·순천 사건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었으나 진상 규명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한 세월을 거쳐 순천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힘에는 자연이 있습니다. 순천은 그야말로 푸르고 순한 도시입니다. 생태 수도로서 대한민국 제1호 국가 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과 갈대가 군락을 이루는 순천만습지가 드넓게 펼쳐져 광대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설 시장·도매 시장·정기 시장 등이 발달해 농산물 집산지로도 불리며, 농산물과 해산물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산수를 끼고 있어 식자재가 충분하게 공급되는 덕분에 넉넉한 인심은 물론이고, 어떤 식당에 가도 남도 특유의 손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히 남도 음식의 분수령이라 할 만하죠. 이렇듯 자연과 사람, 음식이 모두 순천의 기운을 닮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더없이 푸르고 순한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있는 도시가 바로 순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