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soon

신화의 푸른 골목길을 걷다

$13.61
SKU
9791167427267

 

COMING SOON [판매 예정] 상품입니다.

[판매 예정] 상품은 출간일(Publication Date) 이후 주문이 가능합니다.

 

▷출간일 이후에도 아직 [판매 예정]으로 보이는 경우 info@kbookstore.com 으로 문의주세요.

주문 가능 여부를 확인 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COMING SOON [판매 예정] 상품입니다.

[판매 예정] 상품은 출간일(Publication Date) 이후 주문이 가능합니다.

* 출간일 이후에도 아직 [판매 예정]으로 보이는 경우 info@kbookstore.com 으로 문의주세요.

[Free shipping over $100]

Standard Shipping estimated by Thu 05/23 - Wed 05/29 (주문일로부 10-14 영업일)

Express Shipping estimated by Mon 05/20 - Wed 05/22 (주문일로부 7-9 영업일)

* 안내되는 배송 완료 예상일은 유통사/배송사의 상황에 따라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Publication Date 2024/04/26
Pages/Weight/Size 130*210*7mm
ISBN 9791167427267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신화의 푸른 골목길로 들어서기 위해 금강에 가보았다. 신동엽이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뒤따르는 일은 힘겹고 고통스럽다. 역사의 악몽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멸과 상처로 얼룩진 퇴행적 통과의례일까. 그렇지 않다고 그는 외친다. ‘우리는 하늘을 봤다’(『금강』, ?서화 2?에서). ‘영원의 빛나는 하늘’(『금강』, 「2장」에서). 하늘은 덧붙일 것도 없이 타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순간을 사는 생명으로 뜻 없이 소멸할 것 같았던 시간의 흐름을 역류시켜 시원으로 돌아가 보니 거기에 영원을 꿈꾸는 창조자가 있었다. 신동엽은 되돌아보는(retrospective) 자다. 과거로 시선을 돌리는 일은 단순히 회상에 젖는 심리적 동요가 아니다. 다시 생성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렇게 김성조도 되돌아보는 자다. 신동엽이 신하늬라는 아바타를 통해 새롭게 역사를 재구성했듯이 그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신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신동엽이 끊임없이 해체되는 소수의 복원을 통해 공존의 미래를 상정했듯이 김성조도 “구지봉의 북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야국을 흐르는 빛”과 대면하고자 한다. 그는 가야국을 “돌아오지 않는 왕국”으로 인식한다. ‘돌아오지 않는’ 사태는 ‘적멸(寂滅)’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다림과 그리움 속에 반드시 마주하리라는 가능성이다. 그것은 지난 기억 속에 묻힌 사람들과 화해하고 재생을 기약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 여행은 미래를 예언하는 시인의 길이기도 하다. 순간에서 영원을 추구하는 시의 서정이다.

김성조의 시를 읽는 시간은 영원성을 향해 가는 순간이기에 밋밋하고 평이한 수평적 삶에 균열을 가하고 어두운 심연에서 대지를 뚫고 우주로 솟는 수직적 상상력을 열어 놓는다. 바슐라르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수평적 시간이라 말한다. 시계를 연상하듯 기계적이다. 이 물리적 시간은 경직되고 정지된 느낌이다. 어째 내 삶을 사는 것 같지 않다. 현재 김성조는 그러한 시간의 벽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자기 상실을 경험하는 중이거나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는 듯 자기 자신을 사물처럼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허롭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단절적인 시간 연속에서 선회하여 시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와의 동행을 꿈꿀 수 있다. 이 수직적 시간은 신비롭다. 산산이 흩어진 존재의 응집이다. 내가 나로서 나를 느끼는 상승의 시간이다. 이는 어머니의 몸에서 이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상징적, 수평적 시간에서 여성적 시간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바슐라르가 말한 우주적 몽상이다.

노자는 이러한 몽상의 시간 속에 있는 주체를 ‘곡신’이라 했다. 수직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다 보면 깎아지른 산 정상에 오를 것이다. 그 순간 신과 마주하는 단독자로서 고독하기 그지없다. 김성조는 지금 그 절대 고독 속에 고요히 아래로 시선을 두고 있다. 결단의 순간이기도 하다. 되돌아보는 예언자로서 가락국 신화의 밑바닥에 흐르는 빛과 소리를 담아 다시 아래로 아래로 흘러갈 결심이다. 신동엽이 금강의 흐름 속에서 하늘을 보았듯이 김성조는 가야의 고요한 공간에서 다함 없는 뿌리를 보았다. 이 시집은 그가 마련한 내밀한 곳으로 가는 문이다. 그리고 결국 나는 누구인가 찾아가는 몽상이다.

이 시집은 두 개의 신화를 담고 있다. 가야 신화에 의지한 채 부르는 시인의 자기 고백과 되돌아가서도 찾을 수 없었던 시간의 실마리이다. 두 신화 모두에 그리움이 관여하고 있다. 앞서 보았던 신화가 무엇이 되려는 욕망의 그리움이었다면 이제는 유년의 뜰에 자리하는 지금은 없는 시간의 그리움이다. 그리움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꺾임’의 트라우마다. 이는 지금도 시인을 억압하는 불길한 징조이며 그늘진 속설이다. 혹은 좌절이거나 곡해일 수 있다.

변신한다는 것은 현재의 나를 무화시키는 일이며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일이다. 이 실존적 기투 앞에 김성조도 서 있다. 신화 속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은 존재 귀의라기보다 현재를 살기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그리운 한 사람”은 신동엽이 종로 5가에서 마주쳤던 눈 맑은 소년 노동자였다가 김성조의 시에 이르러 “세상 맑은 손 내밀어 줄” 미래에 오는 사람으로 오고 있다. 이 몸에 파인 이야기가 그의 시 쓰기이다.
Contents
제1부 구지봉의 북소리

돌아오지 않는 왕국
수로왕의 골짜기
거북아거북아
천년의 결혼
다산多産의 공주
파사석탑婆娑石塔
구지봉의 북소리
바람의 불가사의
갑옷을 주세요
구지봉석龜旨峯石
쌍어雙魚의 비밀
소리들의 흔적
조개무지를 흐르는 사람들
여섯 개의 알
약속의 땅

제2부 가야국을 흐르는 빛

수릉원首陵園을 걸으며
유적지 뒷길
장군수將軍樹의 사계
가야기마무사상의 오늘
한낮의 가장 빛나는 그늘-장유화상 사리탑
여의낭자 단상
칠불사 영지影池
흙의 나라
‘수로왕을 위하여’
신화의 아침
토성土城
수로왕릉 능소화
가야의 후예
태양의 지문
한 사람

제3부 꿈, 그 시절의 사람들

열 살의 오후
오늘 밥 주지 마라
용왕먹이기
뒷골 야시가 도와도 도와야 된다
세상 그 너머의 세상
가을 한때의 동화
판쟁이
백정의 묘
동지冬至의 푸른 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
지금은 없는 시간
맨드라미, 먼 기억의 저편
돌다리 전설
까치의 노래
없어도 없는 게 아니다

제4부 신화 그 이후

왕릉 방문기
초록지느러미 이야기
신화 그 이후
아버지의 공백 1
아버지의 공백 2
맨 처음의 신화
가야의 여인
겨울옷을 입고 정거장에 서 있다
고산의 메아리
꽃의 비밀
까마귀울음 지나간 자리
한생의 꿈결
포식자의 혀
부재
황홀한 귀가
Author
김성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자유문학』(1993)으로 시 등단, 『미네르바』(2013)로 평론 등단을 했다. 시집으로는 『그늘이 깊어야 향기도 그윽하다』, 『새들은 길을 버리고』, 『영웅을 기다리며』 등이 있고, 시선집 『흔적』을 출간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현대 장시(長詩)에 나타난 서술적 주체의 욕망과 시대담론 형성의 배경」, 「1950년대 모더니즘 시의 지형과 전후 극복의식」, 「한국 현대시의 난해성과 도피적 상상력-1950년대 김수영·김춘수·김종삼의 시를 중심으로」, 「김종삼 시의 ‘공백/생략’에 나타난 의미적 불확실성과 도피성」, 「전봉건 시에 나타난 존재인식과 초월 연구」, 「한국 탄광시에 나타난 공간적 특성과 ‘죽음’의 표상」 등 다수가 있다.

학술저서로는, 『전봉건』(공저), 『부재와 존재의 시학』, 『한국 근현대 장시사(長詩史)의 변전과 위상』(2019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등이 있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자유문학』(1993)으로 시 등단, 『미네르바』(2013)로 평론 등단을 했다. 시집으로는 『그늘이 깊어야 향기도 그윽하다』, 『새들은 길을 버리고』, 『영웅을 기다리며』 등이 있고, 시선집 『흔적』을 출간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현대 장시(長詩)에 나타난 서술적 주체의 욕망과 시대담론 형성의 배경」, 「1950년대 모더니즘 시의 지형과 전후 극복의식」, 「한국 현대시의 난해성과 도피적 상상력-1950년대 김수영·김춘수·김종삼의 시를 중심으로」, 「김종삼 시의 ‘공백/생략’에 나타난 의미적 불확실성과 도피성」, 「전봉건 시에 나타난 존재인식과 초월 연구」, 「한국 탄광시에 나타난 공간적 특성과 ‘죽음’의 표상」 등 다수가 있다.

학술저서로는, 『전봉건』(공저), 『부재와 존재의 시학』, 『한국 근현대 장시사(長詩史)의 변전과 위상』(2019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