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두고 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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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4/04/20
Pages/Weight/Size 128*205*10mm
ISBN 9791197947476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시를 꿈꾸는 시인

시인이면서 시를 또 꿈꾸는 일은 무얼까요. 두 가지 정도 뜻이 있겠지요. 하나는 시인에게 본보기가 되는 어떤 시가 있지 않을까요. 그 시를 쓴 시인을 추앙하며 그처럼 시 쓰고자 하는 마음 아닐까요. 다른 하나는 자기가 지금껏 써 온 시에서 벗어나 또 다른 시의 세계로 옮겨 가고자 하는 바람 같은 것이지요. 시를 입신출세의 도구로 삼는다면, 시를 여기餘技로 여긴다면 이러한 꿈이 무언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시 때문에 또 다른 세상을 본 사람이 아니면, 시로 해서 애타 해 보지 않은 사람이면 시를 꿈꾸지 않을 겁니다.

이 시집은 시인이 어떻게 시를 꿈꾸는지 읽을 수 있습니다. 많은 감각 기관 중 ‘귀’에 온몸을 실었습니다. 차들이 전속력으로 오가는 큰길가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다람쥐가 마침내 길 건너기를 감행할 때처럼 시인은 귀를 뒤로 젖힌 채 저 건너편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 담긴 시 편편이 시급한 삶의 문제이며 꼭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시인은 얼어붙은 겨울 소리를 귀에 담아 다시 들려줍니다. 그 소리에는 숨기고 싶은 일도, 안타까워 몸부림쳤던 사연도, 참을 수 없어 분노에 찼던 기억도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김종애 시인은 시를 꿈꿀 줄 아는 시인입니다. 백일몽처럼 허허로운 꿈 꾸기가 아니라 자기 안으로 들어가 깊게 침잠하며 침묵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듣고자 애쓰는 몽상가입니다. 그는 큰소리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시인이 아닙니다. 듣는 일이 그의 시 쓰기라면 제대로 일 겁니다. 그러므로 이번 두 번째 시집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지난겨울 두고 온 우리 꿈을 다시 꿈꾸었으면 합니다.

『귀를 두고 간 겨울』은 무엇을 담았는가?

봄싹 품은 겨울의 소리

이 시집은 겨울에 두고 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옛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 겨울은 한 번 오고 마는 것이 아니라 봄을 맞기 위해 늘 기다리는 공간 같습니다. 시인이 마련한 겨울 소리에 귀를 대고 있으면 보이지 않지만 분명 자리하고 있는 사물들과 만나게 됩니다.

제1부 ‘찾을 수 없는 주어’에는 ‘이름’ 없이, ‘나’ 없이 살아온 시간이 있습니다. 이미 실종돼 찾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알뜰하게 모아 되돌려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고요하고 거룩합니다. 제2부 ‘풀리지 않는 질문’에는 지난날 시인을 옥죄었던 기억을 풀어 놓았습니다. 성장통일 수도 있고,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유년의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은 꼭 묻고 답해야 할 묻어둔 이야기입니다. 제3부는 ‘돌아갈 곳 없는 이를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설정한 타자를 털어 내고 새로운 타자와 만납니다. 내 밖에 있으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 살아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 절대적 타자들이 우리 삶에 불쑥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제4부는 ‘아이와 만나는 세상’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시인이 돌아가 만나는 자신일 수도 있고, 미래를 살아갈 새로운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아이들입니다. 그러한 세상은 어때야 할지 곧 만날 수 있습니다. 제5부는 ‘뒤집히고 쓸고 굴러’ 갈 시인의 시간이 있습니다. 시인의 시는 이제 온순하지 않습니다. 두려움 없이 뒤집힌 시의 구경 속에 이 세상을 쓸어 안고 굴러갈 태세입니다. 자기 앞의 생에 이제 당당합니다.

겨울은 죽음의 공간인 듯하지만 숨죽여 얼어붙은 소리가 있습니다. 봄싹 품은 생명의 소리입니다. 『귀를 두고 간 겨울』에 시인이 묻어둔 이야기이며, 우리가 듣고자 하는 봄소식입니다.
Author
김종애
2011년 『문학과 의식』봄호로 등단,
2015년 시집 『거짓말 통조림』 펴냄.
2011년 『문학과 의식』봄호로 등단,
2015년 시집 『거짓말 통조림』 펴냄.